매일신문

[비오톱 이야기]초콜릿

조니 뎁과 줄리엣 비노슈가 나오는 '초콜릿'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조니 뎁을 무척 좋아해서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봤다. 배경은 종교를 중심으로 굉장히 금욕적이고 배타적인 유럽의 한 마을이다. 종교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마을의 읍장이 뒤에서 마을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하나하나 조종하고 있었다. 그러던 터에 줄리엣 비노슈가 그 마을에 들어와 달콤한 초콜릿 가게를 연다. 마을의 차가움을 견디지 못한 한 여성이 첫 손님으로, 같이 공동으로 초콜릿을 만들면서 마을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냉정하던 사람들이 따뜻한 햇볕에 옷을 하나씩 벗듯 한 명씩 한 명씩 열정과 생기를 되찾아 간다. 심지어 마지막까지 견고히 저항하던 읍장마저 손을 든다. 여기서 초콜릿이 의미하는 것은 열정 자유 따뜻함을 의미한다.

초콜릿은 어떤 식품일까. 학명은 테오브로마 카카오 즉, 신의 음식이란 뜻이다. 기원전 1500~400년 중앙아메리카는 올멕인이 재배하기 시작해서 마야, 아즈텍으로 이어졌다. 카카오 열매 모양이 인간의 심장과 비슷하게 생겨 심장'피'생명의 상징으로 신성하게 여겼다. 그래서 왕족이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사들이 음료수 형태로 마셨다고 한다. 또한 화폐로 쓰이기도 했는데 야생 칠면조는 카카오 콩 4알, 토끼는 카카오 콩 10알, 노새는 카카오 콩 50알과 교환되기도 했다. 콜럼버스는 인디언 추장에게 선물로 카카오를 받았지만 가져오지 않았고 코르테스의 군대가 아즈텍을 정복하면서 유럽으로 가져간 것이 유럽 초콜릿의 시작이 되었다. 처음에는 스페인의 귀족들만 초콜릿을 맛볼 수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아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전쟁터에서 졸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싸움꾼인 나폴레옹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카카오나무는 열대지방, 그 중에서도 적도와 위도 10도 사이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나무이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1, 2위를 다투는 생산국이며 인도네시아가 세계 3위의 카카오 수출국이다. 열대우림의 숲이라도 강수량이 많아야 하고 따뜻해야 하며 부분적으로 그늘이 있어야 잘 자란다.

초콜릿이 되는 과정을 보자면 먼저 카카오 열매를 발효시키고 말린 후 볶는다. 빻아서 참기름이나 콩기름처럼 쥐어짠다. 이렇게 강하게 압착을 하면 가루에서 두 가지 용액, 코코아 버터와 초콜릿 원액(코코아매스)이 흘러나온다. 쥐어짜고 난 찌꺼기는 곱게 갈아서 코코아 가루를 만든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59%나 76% 다크 초콜릿.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코코아매스와 코코아 버터의 함유량을 더한 것이다. 나머지는 설탕이다. 59% 초콜릿이라면 41%가 설탕이라는 얘기다. 다크 초콜릿이 아닌 다른 제품들은 초콜릿 가공품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는 코코아 매스, 코코아 버터, 설탕 외에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로 진짜 초콜릿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파나마 근처에 사는 쿠나 인디언들은 카카오를 즐겨먹는데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이 없다. 하버드대 교수가 이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폴리페놀은 적포도주'토마토'사과'녹차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카카오에 가장 많이 들어 있으며 심장병'고혈압'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흔히 우리는 초콜릿을 먹으면 비만 등 성인병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설탕과 첨가물이 많이 함유된 초콜릿 가공품의 문제이다.

양질의 코코아 버터를 사용한 초콜릿은 콜레스테롤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값싼 포화지방(마가린'대두경화유)을 사용한 초콜릿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오히려 높인다. 참고:초콜릿(제프리 허스트박사 외, 동아사이언스)

박선희(곰네들누리터) 053)754-5551, cafe.daum.net/gomned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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