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단 들이대고 보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시가 추진 중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대구역~반월당네거리 1.05km·이하 전용지구) 사업이 중앙로 주변 이면도로, 골목길 차량 통행 분산 및 보행자 등에 대한 일체 조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가 아시아 최초의 전용지구로 홍보해 왔던 중앙로 공사는 면밀한 기초조사나 주민 여론 수렴 없이 '밀어붙이기식 물량공급 위주의 행정'이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우회로 검토 없이 전용지구 강행=지난 19일 취재진은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로 인해 중앙로 인근 이면도로 및 골목길의 차량 통행이나 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책은 있는지를 문의했지만 시는 "이면도로나 골목길에 대한 차량 및 보행자 통행 패턴 변화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용지구가 완료되면 차량 등이 중앙로 인근으로 우회할 것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때 가봐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월 ㈜다운도시교통연구소의 '도심교통환경개선 기본계획 수립 용역' 공청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로 인근 이면도로 차량 통행량은 1시간당 55대에서 최대 452대에 이른다. 전용지구 공사로 최대의 우회도로가 될 소지가 있는 중부경찰서→종로 구간은 시간당 452대, 또 종로→동아쇼핑은 251대, 약전골목 167대로 이미 보행자보다 차량이 훨씬 많다. 동성로 통신골목에서 대구백화점 방향은 211대, 통신골목에서 2·28기념중앙공원 방향으로는 최대 224대가 통행하는데 전용지구가 완료되면 이보다 많은 수의 차량이 우회도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의 보행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특히 중앙로 전용지구 인근인 동아쇼핑 옆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면 약전골목, 종로골목은 차량 상습 지·정체 및 불법 주·정차가 예상된다. 약전 및 종로골목을 대구 명물 거리로 조성하려는 대구시 정책과도 크게 어긋난다.

종로골목 한 상인은 "종로나 약전골목으로의 차량 진입을 막든지 대책을 강구해야지 앞으로 1년 뒤에는 이곳은 사람들이 아예 다닐 수 없는 길이 될 수도 있다"며 "대구시의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진·출입 혼란 우려=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중앙로 전용지구 지정 전에도 중앙로 일대 사설 주차장 및 빌딩 내 주차장 진·출입구를 놓고 마찰을 벌였으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주차장도 많다. 일부 건물은 다른 용도로 시설변경을 하지만 주차장이 꼭 필요한 금융권, 상가 건물은 진·출입구를 다른 곳으로 내는 공사를 해야 하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중앙로 전용지구 지정시 1차 순환선 내 차량 교통량 변화만 분석했을 뿐이다.

시의 성급한 '저지르고 보자식 행정절차'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처럼 사업 추진 속도는 느리지만 주민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업을 추진해 속도를 높이지 않고 '사업 지정 후 통보하거나, 사업 무산을 자초'하는 식의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경북대 행정학과 김석태 교수는 "과거 60, 70년대에 비해 행정수준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고 선진국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정책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게을리하거나 충분한 연구용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중앙로 공사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은데 정확한 정책적 판단으로 사업 추진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지난해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으로 인한 차량 우회를 위해 일방통행인 종로골목 앞을 양방통행으로 검토하다 주민반대에 부딪혀 '없던 일'로 했다.

대구시는 오는 12월부터 중앙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해 차로를 줄여 시내버스 이외에 일반 승용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보도를 크게 넓혀 실개천, 분수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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