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 이순(耳順)의 나이에 대학 문을 두드린 만학도가 있다. 신분수(60·여·대구 봉덕동·사진) 씨는 2009학년도 수시2학기 신입생 모집에서 대구가톨릭대 예술대학 성악과에 최종 합격했다.
25년째 성당에서 성가단원으로 활동해온 신씨는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고, 음악봉사 활동을 해보겠다는 열정으로 대학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했다. "음악이 너무 좋아 오랜 세월 노래를 불러왔지만 그때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꼈고 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마침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노래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어려운 도전을 시작했지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한 신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학도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남편과 딸에게 자신의 목표를 알리고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또 성가대 지휘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6개월간 집중적으로 실기고사를 준비했다.
일반인이라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음악을 시작하려니 신체적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이미 혀가 굳은 상태라 정확한 발음을 내기가 어려웠고 체력이 부족하다 보니 발성도 문제였다. "나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독한 연습밖에 없었어요. 시력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악보는 통째로 외웠고, 발성이 안 될 때는 운전할 때, 설거지할 때를 가리지 않고 쉴 틈 없이 노래를 부르며 다녔지요."
그의 피나는 노력은 대구가톨릭대 예술대학 성악전공 합격 통지서 한통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번 학기부터 젊은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하면 너무 기뻐서 잠이 안 와요. 마흔 살이나 어린 젊은이들을 따라가기가 쉽진 않겠지만 즐겁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4년간 공부할 수 있지 않겠어요?"
졸업 후 계획도 야심차다. 오페라의 주역으로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 신씨는 "환갑이 눈앞이지만 음악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졸업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꼭 오페라 주인공이 돼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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