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종전의 동네마다 있었던 다방을 대체하듯 대구시내는 물론이고 경북 포항 경주, 강원도 원주 강릉, 경남 창원 마산, 울산 등 전국 중소도시에서까지 원두커피 전문점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1980년대 '다방 커피'에서 1990년대 '믹서커피',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웰빙 열풍과 함께 '원두 커피'가 젊은층을 바탕으로 30, 40대까지 두터운 연령대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공급(전문점)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도심에서부터 외곽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많은 커피점들이 출점하고 있다.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도 시대 트렌드를 따라잡듯 설탕과 프림을 모두 탄 믹서커피에서 서서히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제는 신선하고 향긋한 맛을 즐기기 위해 원두를 직접 볶는 곳을 찾아나서는 상황에 이르면서 커피 볶는 집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대구에는 유난히도 커피 전문점이 많고 또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는 물론이고 커피를 볶는 사람인 로스트들이 많은 도시다. 1960,70년대 서양식 음식이 타 도시에 비해 먼저 발달한 것 처럼 커피 또한 전국을 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도 대구에서만은 기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는 '음식의 선도지역'이란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커피의 경우 돈벌이에만 급급해 관련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나 마시는 점포를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국은 시장 혼란만 초래,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싫증 유발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체인점 확대나 관련 교육에 의한 수입, 관련 기계 및 기구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면 스스로 시장 규모를 축소하고 공멸의 길을 만드는 꼴이 된다는 생각에 함께 머리를 맞대 공동 마케팅 전략 구사와 문화 보급 등으로 수요층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커피 로스팅(볶기)과 원두 판매업을 하고 있는 구본철씨는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타 점포를 평가절하하거나 개업을 방해하는 것보다는 관련 정보를 서로 제공하고 협력하면 그만큼 커피 수요자가 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점 700여개 '커피 천국'
대구는 가히 커피 천국이라 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커피전문점이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합해 모두 700여개쯤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에도 개점한 곳이 많기 때문에 실제 그 숫자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커피전문점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커피 수요가 더욱 더 증가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에다 커피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수강생 모집을 위해 미래시장규모를 확대 추정하며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커피전문점 수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커피 원재료인 원두값이 종전에 비해 30~40% 올랐는데다 대부분이 유럽제인 에스프레소 머신값마저 크게 올라 소위 커피 장사가 재미없어 문을 닫는 점포가 부지기수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커피를 교양으로 알고 마시기 위한 교육이라면 몰라도 창업을 위한 것이라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누가 가장 잘 만들까 저마다 "우리 점포 커피가 제일"
대구에서는 커피전문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점포의 커피가 제일이라고 말한다. 누구는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정통으로 배웠다느니, 누구는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느니, 누구는 대학강의를 나간다느니 하는 등으로 자신이 최고수임을 자랑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커피는 생각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고 고수들은 전한다. 커피교실의 경우 몇 개월 경력이면 인터넷 상의 자료를 체계화해 할 수 있고, 배전(볶는 일)이나 추출 등도 일정기간의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면 맛이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경력보다는 얼마나 많이 볶아보고, 추출해 봤느냐에 그 기술이 달린 것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경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경주에서 9년째 커피 로스팅과 전문점을 하면서 커피분야 대구경북의 정상권에 이른 신형섭(31)씨는 "커피는 맛을 볼 줄 알 정도면 수준이 상당하다"면서 "맛을 보면 커피의 종류는 물론이고, 로스팅 기계의 브랜드까지도 대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맛있게 먹으려면 직접 커피 볶는 가게 찾아보세요
우선 좋은 콩을 쓰고, 직접 커피를 볶는 점포를 찾으면 신선하고 향긋한 커피맛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볶은 커피를 가져와서 분쇄하거나 분쇄한 커피를 쓰는 점포에서는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갓 볶은 커피콩이라도 분쇄하지 않은 원두 상태로 구매하는 게 좋다. 분쇄 상태에서는 원두 상태에서보다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커피콩을 볶아서 바로 분쇄해 마시는 것보다는 볶아서 2, 3일 정도 숙성시킨 후가 가장 커피맛이 좋다. 아로마가 살짝 흘러나와 그 풍미와 향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2, 3일에 한번씩 커피콩을 볶아내는 모카덴 황규학 바리스타 실장은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커피맛을 제공하기 위해 커피 원두는 즉석에서 판매하지 않고 사전 주문받아 볶아 숙성 과정을 거친 뒤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커피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가급적 일주일 내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커피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일단 분쇄한 커피는 바로 사용하는 것이 맛과 향이 풍부하고 볶은 지 열흘이 지난 커피는 풍미와 향이 저감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커피는 진공포장 상태에서 사가지고 온 뒤 포장을 뜯었다면 반드시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상온보다는 냉장 보관이 안전하지만 냉장고에서도 오래 놔두면 곰팡이가 생기는 등으로 산화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집에서는 핸드밀로 콩을 갈아 뜨거운 물(91~96℃)을 적당히 부어 커피를 내려 마시면 된다. 원두 10g에 커피 한 잔을 뽑으면 제 맛이 난다. 진하게 마시려면 원두를 좀 더 쓰면 된다.
사진'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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