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 ♥ coffee]커피의 유래

한국인 최초 애호가는 '고종황제'

◆처음엔 약으로 애용

인류와 커피의 첫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커피 발견의 전설엔 몇 가지가 있으나 유명한 이야기로는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시기 커피는 기호식품이 아닌 약으로 애용됐다.

3세기 무렵 홍해에서 가까운 에피오피아. 수도원 언덕에서 양들을 돌보던 양치기 칼디는 어느 날 그의 양들이 흥분해서 날뛰는 걸 보고 원인을 찾던 중 양들이 그곳에서 자란 덤불 열매를 먹은 사실을 알고 자신도 용기를 내어 먹어보니 온 몸에 활기가 넘치는 것을 경험한다. 칼디는 또 그 열매를 가까운 수도원에 가져가 승려들과 함께 끓여 먹는다. 이때부터 밤에 장시간 기도를 해도 잠이 오지 않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약으로 인식, 수행의 묘약으로 점차 이슬람 사원으로 퍼지게 됐다.

◆10만년 전 에티오피아서 먹어

커피의 기원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아라비아에서 시작된다. 중병에 시달리던 왕의 딸을 치료한 후 그녀와 사랑에 빠진 승려 오마르는 왕의 미움을 사 예멘의 산으로 추방된다. 허기져 숲을 헤매던 오마르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즐겁게 지저귀는 것을 보고 근처에 갔다가 하얀 꽃과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발견, 그 열매를 따 달여 먹자 원기가 솟는 것을 느끼고 이후 열매를 즐기게 됐다. 이후 메카로 순례를 갔다가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순례자들에게 가지고 간 열매로 치료하고 이로 인해 면죄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일찍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약 10만 년 전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발견된 사람의 배설물에서 커피원두가 발견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우리나라 들어와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언제 커피가 들어왔고 또 퍼졌을까.

1830년대 많이 들어왔던 프랑스 신부들이 마셨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본격적인 전래 시기는 19세기 후반 임오군란(1882년) 이후와 1890년 사이로 보는 게 설득력 있다. 당시 서양 외교관들은 조선 왕실과 양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커피를 진상했고 커피의 향과 카페인이 양반들을 매혹 시키면서 곧 기호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커피에 대한 최초의 기록자는 개화를 꿈꾸던 최초 미국 유학생 유길준. 유학길에 유럽을 순방하며 보고 느낀 글인 '서유견문'(1895년 발간)을 통해 유길준은 서양 사람들이 주스와 커피를 한국인들이 숭늉과 냉수 마시듯 했다고 기록했다.

◆1919년 이후 일본인 커피숍 등장

또 최초의 한국인 커피 애호가는 단연 고종황제이다. 을미사변(1895년) 당시 피신했던 러시아 공사관에서 고종은 처음 커피를 맛보게 된다. 이 때 커피 맛을 선보인 사람은 러시아 초대 공사관 웨베르의 처형인 독일여성 안토니에트 존타크(한국명 손탁'孫澤)였다.

고종은 명성황후가 살해당한 후 러시아 공사관에 파천해 있으면서도 식사는 물론 모든 수발을 손탁에게 맡겼으며 후에 덕수궁 건너 정동에 있는 2층 양옥집을 선물했고 손탁은 이곳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하기도 했다.

커피는 이어 일반 양반가에도 파급되면서 한때 '양탕(洋湯)국'으로 불렸으며 1919년 이후 명동과 종로 등지에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집이 생겨났다. 그러나 당시 커피 값이 너무 비싸 일반대중들은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커피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945년 이후. 특히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곳에서 흘러나온 인스턴트커피가 대량으로 시중에 풀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커피는 손님에게 대접하는 귀한 음료였으며 1970년대 이후 그야말로 숭늉처럼 마시는 보편적 음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원두커피 맛있게 즐기는 방법

인스턴트 커피가 커피, 설탕, 크림의 배합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원두커피도 끓이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우선 물은 깨끗하게 정수한 물이 좋다. 수돗물은 미네랄과 염소성분이 있어 커피 맛을 충분히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의 온도는 90~96℃가 적당한데 끓는 물을 바로 부으면 커피의 향이 날아간다.

분쇄된 원두의 입자 크기에 따라 추출시간을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자가 작을 경우 추출시간이 길면 쓴맛이 강하고 짧을수록 시큼한 맛이 난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한다. 가정에서 커피 메이커를 사용할 때는 입자를 중간크기로 유지하는 게 좋고 특별히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가 있으면 굵기를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적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과 커피의 비율은 커피 10g에 물 180~200cc가 적당하며 원두의 보관은 개봉한 후 1주일 안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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