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풍미의 커피 한 잔은 바쁜 일상 가운데 잠깐의 여유로움을 선사받는데 안성맞춤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현대인치고 커피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만큼 커피는 대중 속에 친근한 기호식품이 됐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하루 커피 양은 무려 25억 잔. 얼추 세계인 3명 중 2명은 하루 한 잔씩 마시는 꼴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매일 마시는 커피를 제대로 알고 마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와 같은 달테랑의 '커피예찬'이 멋있어 마시는 낭만적인 사람, 잠을 쫓으려 마시는 실용적인 사람 등등. 마시는 사람마다 사연도, 기호의 계기도 다른 것이 또한 커피이다. 그 커피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건식법'습식법으로 분류
커피나무는 꼭두서니목 꼭두서니과 코페이속의 다년생 상록 쌍떡잎식물로 열대 또는 아열대지방에서 자란다. 커피나무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지만 아라비아 반도와 예멘을 거쳐 전해졌으며 이후 남아메리카와 인도네시아 등지로 널리 분포하게 됐다. 세계 연평균 커피 생산량은 약 600만t으로 이 중 80%는 아라비카종이고 20%는 로부스타종이다.
커피 열매 중 원두(커피콩)만을 음용하므로 수확한 열매에서 불필요한 과육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방법에 따라 건식법과 습식법으로 분류된다. 생두를 자연적으로 건조시키는 건식법은 커피열매를 물에 씻고 야외에서 햇볕에 말린 뒤 껍질을 벗겨 커피콩을 발라내는 방식. 약 2주간 말려 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건조하면 수분함량 12~13%의 원두가 얻어진다. 커피열매를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껍질도 함께 벗겨내는 습식법은 발라낸 원두를 다시 씻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건식법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여러 차례 선별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품질이 고르고 우수한 원두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 반수세식법이 등장해 건식법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선별정도는 강화된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 재배법에 따라 디카페인, 유기농 커피가 생산되기도 하며 커피 전문점에서 팔고 있는 메뉴에 따라 에스프레소, 카페모카, 마키아토, 카푸치노, 카페라떼로 분류되며 추출법에 따라 에스프레소'드립커피'융'사이폰커피'더치커피로 분류된다. 이 밖에 생산되는 지명에 따라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 인도네시아의 자바 혹은 수마트라, 브라질의 브라질, 콜롬비아의 콜롬비아 식의 명칭이 붙기도 한다.
◆부피 커지고 밀도'수분 감소…특유의 신맛 등이 형성
커피의 특징적인 향과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결정적인 과정이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볶는 시간과 온도 등과 관련, 생두 안에서 물리'화학적인 변화가 생기는 다양한 반응이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생두의 수분이 열로 증발되는 로스팅의 첫 단계인 건조단계는 로스팅 전 과정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차지한다. 이 단계에서 생두의 색상은 본래의 녹색을 잃고 밝은 노란색으로 변하며 향도 생콩 내에서 풋내를 거쳐 빵 냄새를 풍기게 된다.
두 번째 본격적인 로스팅 단계는 다양한 열반응과 크랙(균열)이 일어나며 부피는 증가하고 무게는 감소하며 메일라드 반응물질(커피 색상과 향과 맛 생성에 매우 중요)의 착색에 의해 색상을 점차 어두워진다. 이 단계에서 커피 본연의 향과 맛이 발현된다. 마지막 냉각단계는 외부 열원을 차단한 단계로 이미 커피콩 내부의 온도는 계속해서 올라가는 단계이다. 이 단계의 생명은 더 이상 커피콩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냉매로는 물 혹은 공기를 이용한다.
이런 가열과정을 거치면서 생두는 점점 검은 색을 띠게 되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부피는 커지는 대신 무게와 밀도, 수분을 주는 물리적 변화를 겪는다. 이 때 생두 안 압력이 높아지면서 가스의 방출과 함께 커피콩 표면으로 기름기가 맺히게 된다.
화학적 변화로는 유기물질 감소가 대표적인데 감소율은 로스팅 정도에 비례한다. 열에 안정적인 카페인은 아주 극소량만 줄어들지만 커피 향을 좌우하는 트리고넬린 같은 물질은 갈수록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서 일부 분해물질이 생성되며 신맛과 톡 쏘는 특유의 맛을 함유하게 되는 것이다. 단 지질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참고서:커피 사이언스(송주빈), 커피(조재혁), 커피 이야기(김성윤), 커피홀릭스 노트(박상희).
도움말:이창호 한국커피로스터즈협회장.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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