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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발굴과 조명

올해는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멘델스존(1809~47)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에 맞춰 국내외에서 그를 기념하고 재조명하는 음악회와 행사들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 멘델스존은 38년의 너무나 짧은 생을 살면서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5곡의 교향곡, 오라토리오, 실내악곡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작곡가로, 라이프찌히 음악원을 설립한 교육자로,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멘델스존의 이러한 음악적 성과 외에 가장 위대한 업적은 단연 바흐의 재발견일 것이다.

서양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를 들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바흐나 베토벤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 당시 이미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 받았던 베토벤과는 달리, 바흐는 평생 동안 단지 독일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만 그 역량을 인정 받았던 작곡가이다. 그것도 작곡가로서 보다는 즉흥 연주에 탁월한 오르간 연주자, 하프시코드 연주자, 그리고 푸가의 달인으로서였다.

18세기 중반, 음악 취향의 급속한 변화 때문에 바흐의 작품은 그의 사후 곧바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지고 만다. 그러던 중 1829년 멘델스존의 지휘로 '베를린 징아카데미'가 연주한 마태수난곡의 초연은 바흐를 재발견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된다. 그 이후 바흐 협회가 결성되고 1900년에는 바흐의 악보 전집 발간 또한 이루어지게 된다. 멘델스존은 그동안 사장되어 있던 위대한 바흐의 작품을 발굴하고 바흐에게 '음악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여 그의 이름을 만 천하에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2009년 대구는 '공연 문화 중심도시'라는 표어를 내걸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공연 문화 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차분한 자기 성찰과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대구 음악계를 예로 들면 먼저 선배 음악인들의 작품과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후배 음악인들의 발굴에 열정과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음악도시 대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실력과 자질을 겸비한 음악인을 발굴하여 연속적으로 무대를 마련하는 일은 대구의 음악적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미래 우리 음악계의 준비를 위해서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과제이다.

또한 한국 근대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 출신의 박태준, 현제명 선생을 재조명하여 그 공적들을 널리 공포하는 일 또한 시급하다고 본다. 그 유명한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청라 언덕은 제일교회 옆 동산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곳에 여태 노래비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적극적으로 역사의 인물들을 조명해보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나가는 준비들 후에 다가올 우리 예술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서상화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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