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FC가 K리그의 '젖줄'이자 '기회의 땅'으로 통하고 있다. 무명 선수들이 스타로 자라나는 자양분의 터전이 되는가 하면 강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다시 둥지를 틀고 재기를 노릴 수 있는 곳이 바로 대구FC이다.
최근 2년 사이에 한국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이근호가 대표적인 사례. 이근호는 2006년 말에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대구FC로 이적할 때만 해도 2군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유망주이긴 했으나 1군 경기에 고개를 내밀기 힘든 처지였다. 그러나 이근호는 대구에서 주전 대접을 받으며 출전 기회를 보장받자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고 스타로 급성장했다.
이근호의 부평고 동기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하대성 역시 울산 현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대구로 옮겨 와 재능을 꽃피웠고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빅 클럽'인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한때 실업 축구에서 뛰었던 진경선 역시 대구에서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치다 전북 현대로 갔다.
이들에 앞서 오장은은 일본 프로팀에서 대구로 이적한 후 자신의 진가를 발휘, 몸값을 올리며 울산 현대로 옮겨 갔고 대구의 중원을 지휘하던 홍순학도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한때 축구를 포기할까 할 정도로 좌절했던 송정현은 대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끝에 친정이었던 전남 드래곤즈로 다시 옮겨 가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외국인 선수들도 대부분 대구FC에서 두각을 나타내 더 큰 클럽으로 갔다. 대구FC 초기 멤버인 훼이종과 노나또는 FC서울로 옮겨갔고 산드로 히로세 역시 탁월한 골 감각으로 전남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에닝요는 수원 삼성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후 지난해 대구에서 맹활약하자 전북 현대에서 데려갔다.
신인급 선수로 자주 출전해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대구FC의 최종혁, 조형익 등은 다른 팀에서라면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이처럼 대구FC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많아지자 많은 선수들이 대구FC를 선호하고 있다. 예전에 대구FC가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고 연륜이 짧은 시민 구단이라고 해서 외면받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구FC가 이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에는 자연스레 형성된 '프로축구 시장'의 생리와 관련 있다.
K리그에서 빅 클럽으로 평가받는 수원 삼성, 성남 일화, FC서울,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등은 스타급 선수들이 많고 선수층이 두터워 검증받지 않은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기가 힘든 편이다. 이에 비해 대구FC를 비롯해 경남FC, 제주 유나이티드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구단들은 무명이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에 기회가 많이 돌아간다. K리그의 큰 클럽들은 이에 따라 대구FC 등에서 성장, 검증된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영입한다. 대구FC는 경남FC 등 비슷한 구단보다 성공한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구FC의 김용하 부단장은 "올해 신인 선수들 중 기량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드필더 김민균, 이슬기 등도 대구FC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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