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어느 날 이제 막 일곱살이 된 딸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그때 우리의 머리 위에는 둥근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딸아이에게 '쟁반같이 둥근 달'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 아이는 처음 듣는 이 노래를 신기하게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딸아이는 나에게 물었다.
-엄마, 쟁반이 뭐예요?
-과일 담는 커다란 넓은 그릇 있지. 그게 쟁반이잖아.
-그런데 왜 쟁반이 둥글어? 네모나잖아요.
-전에는 쟁반을 저 달처럼 둥글게 만들었거든. 요즘은 거의 다 네모나게 만들지만.
딸의 말이 맞았다. 생각해 보니 우리 집 쟁반은 모두 네모난 것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쟁반뿐 아니라 식탁도 밥상도 네모난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의 쟁반들은 우리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모두 네모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이 유행이었을까.
나는 딸의 손을 잡고 저녁 공원을 산책하며 둥근 쟁반과 네모난 쟁반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둥근 쟁반이 유행하던 시절, 그때는 아마도 '둥글둥글한 성격'을 강조하던 때가 아니었었나 싶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둥글어야 사회에 적응도 잘하고 또 잘살게 된다는 말도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자신을 둥글고 둥글게 다듬으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러나 네모난 쟁반이 둥근 쟁반의 자리를 차지할 즈음에 우리는 네모난 쟁반을 선택하는 우리가 왠지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네모난 쟁반에서 느끼는 치수 감각 때문이었을까. 정확한 가로의 길이, 세로의 길이를 재기 시작하게 되었을 때, 우리의 눈에는 지름 하나로 치수가 정해졌던 둥근 쟁반의 시대가 너무 단조로워 보였는지도 모른다. 정확한 치수가 요구되는 시대, 오늘날의 컴퓨터 시대에서 대충대충, 혹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둥근 쟁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려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둥근 성격 대신에 정확한 대인 관계를 긋고 표현할 줄 아는, 똑소리 나는 성격이 두드러지는 시대, 이른바 '네모난 쟁반'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런 시대, 즉 오차 하나 없는 정확함을 요하는 시대, 대충 하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 시대, 나의 딸이 새로운 시대에 살면서 나는 그 아이에게만 '달은 역시 쟁반같이 둥근 달이어야 제 맛이 나지 않겠니'라고 가르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리고 세상이 바뀌면서 달을 향해 꾸던 우리의 꿈의 종류도 바뀌었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던 동화 같은 달에 대한 엄마가 된 우리 세대의 꿈과 인간의 두 발이 밟고 있는 한 위성으로서의 달에 대한 내 아이 세대의 꿈은 서로 다른 우리 두 세대가 꿈꾸는 달에 대한 커다란 동상이몽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불러와서 우리 입과 우리 몸과 우리 정서에 익숙해진 이 동요를 고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딸아이에게 그 동요를 강요하거나 주장하기는 힘든 일이 아닌가. 이제는 이런 주장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지 않았나 한다.
이제는 둘만 모여도 서로 다른 개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다양성의 시대를 맞았다. 그리하여 우리 서로 다른 세대들은 다양한 생각들을 함께 나누면서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겠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창의적인 생각들을 가능하게 한다. 네모난 쟁반을 즐기는 세대의 톡톡 튀는 개성까지도 수용할 마음의 자세를 '둥근 세대'가 가질 때, 이들 신세대 역시 쟁반같이 둥근 달로 보름달 모양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줄 것이다.
각자가 예전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르게 사물을 바라보는 고유한 관점들을 인정해 주면서 자신의 세계를 이루어가는 삶의 자세, 이것이 동상이몽에서 벗어나 서로가 하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닐까?
정막래 교수(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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