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꽃남 따라잡기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해에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고 결심했지만 흐지부지돼 작심삼일이 될 즈음 설날이 와서 새로 결심할 수 있어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사드린다. 작심삼일도 백번만하면 일 년 계획을 이룰 수 있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결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새해부터 온통 '꽃남'들이 몰려오고 있다. 작년만 해도 '몸짱'이 대세여서 올해 계획 중에 열심히 운동해서 신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난데없이 꽃남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피부 관리부터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솔직히 중학생 딸과 아내가 좋아하는 꽃남들이 모두 지구를 떠났으면 좋겠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내의 컴퓨터 배경화면은 여전히 나의 사진이다.

바로 치료는 하지 않지만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도 꽃남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최근에 치아 교정이나 미백, 혹은 입냄새 제거 등과 같은 문의가 많은 것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치과 치료가 끝난 후에 환자들의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묻는 내용의 차이가 있다. 특히 치아를 빼거나 수복 치료를 한 뒤 10대들은 주로 '언제 밥 먹을 수 있는지'를 자주 물어 '역시 한참 커는 나이에는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60세 이상 된 분들도 비슷한 질문을 하는데 주로 '밥 먹어도 되는지'를 묻는다.

얼핏보면 비슷한 질문 같지만 10대들은 '치료 후 언제쯤 밥을 먹을 수 있는지', 60대 이상은 '향후 밥 먹는데 문제나 지장이 없는지'를 묻는 것이다.

또 치아를 뺀 뒤 지혈을 위하여 거즈 등을 물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 여성들은 '언제쯤 거즈를 제거하고 말을 해도 되는지'를 자주 묻고 남성들은 '언제쯤 술을 먹을 수 있는지, 담배는 피워도 되는지'를 자주 질문한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자에게는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자에게는 기호품이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치료한 뒤에 남자들은 '튼튼하고 잘 씹을 수 있는지'를 여자들은 '보기에 괜찮은지, 예쁘게 보이는지'에 관심이 있다. 즉 남자들은 기능적인 면을, 여자들은 심미적인 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저래 힘든 시기이다. 꽃남을 따라 잡지는 못하더라도 요즘 환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나이가 얼마인지 등을 잘 고려하여 치료하면 꽃남 못지않은 치과의사가 되지 않을까···.

장성용(민들레치과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