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42)씨는 요즘 가시방석이다. 지난해 10월 중순 대구의 한 업체로부터 건강보조 제품에 투자하면 고액의 배당금을 준다는 말에 끌려 6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한 첫 달에만 10여만원의 배당금이 통장에 송금됐을 뿐 이후로는 배당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업체에 따졌지만 기다리라고만 했고 환불 요구도 거절당했다.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 싶어 정기적금까지 깨서 투자했는데 원금도 못 찾게 생겼습니다. 남편 대하기가 곤혹스럽습니다." 이씨는 최근 한 소비자단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불경기를 틈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 다단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다단계 판매는 도·소매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바로 판매원이 돼 상품 등을 판매하는 거래 방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불법 다단계 행위를 하다 적발된 업체는 모두 237개로 2007년 194개에 비해 22%나 늘어났다. 대구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고향 친구, 학교 동창, 이웃 등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불법 다단계에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 피해자의 대부분은 구직자나 주부들이다. 지난 연말 고교 동창 소개로 한 업체 상품을 100만원에 산 김모(37) 주부도 돈을 떼일 판이다. 김씨는 "뒤늦게 불법 다단계라는 사실을 알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업체에서는 들은 체도 않았다"며 "그 업체에 1천만원 이상 투자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최근 대구에서 자동판매기 위탁판매 회사에 투자하면 높은 배당금을 주겠다며 150여명으로부터 5억원을 가로챈 사건의 피해자도 대부분 부업을 목적으로 투자한 가정주부들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 선물이나 인터넷에서 공익적 기부를 내세워 불법 다단계로 끌어들이는 수법까지 등장,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포항에서는 투자 금액의 7~10%를 매월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선물 옵션 상품을 내세워 1천여명의 투자자를 그러모은 뒤 배당금을 주지 않아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부산에서도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하면 월 4~7%의 배당금을 준다고 속여 5천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업체 관계자가 중국으로 밀항, 논란이 됐다.
'빈부격차 해소'나 '상부상조' 등 공익을 내세워 인터넷 카페 등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다른 회원을 가입시킬 때마다 성과금을 준다는 식으로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다단계 판매회사에 가입할 때는 회사가 관할 시도에 등록돼 있는지, 피해 보상이 가능한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는지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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