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대구 부동산 시장이 은행권의 돈줄 죄기로 거래경색 현상을 빚고 있다.
입주 아파트 담보대출 제한으로 계약자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분양권 전매 또한 은행권의 엄격한 잣대로 쉽지 않은 탓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입주 예정자 중 상당수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지만 대출금까지 제한을 받아 돈이 없어 입주를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호황기 때 경쟁적으로 중도금을 빌려주던 은행들이 지나치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의 50%로 내려간 대출금
'담보대출 제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대형 아파트들.
수성구 수성3가 지역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내달까지 2천여가구가 입주를 하지만 158㎡(48평)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의 담보대출은 분양가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분양 계약 때 은행으로부터 빌린 중도금 대출금이 분양가의 60%인 것을 감안하면 입주를 위해서는 10%를 갚고 담보대출로 갈아타야 하는 셈.
A시공사 관계자는 "158㎡ 아파트 분양가격이 6억원이지만 대출은 3억원 이내로 제한을 받고 있다"며 "입주 예정자들이 중도금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금액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만 은행들은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이 담보대출 기준 강화에 나선 것은 지난 연말부터. 신규 입주 아파트의 경우 통상적으로 분양가격의 60~70%까지 담보대출을 했지만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자체 감정을 한 뒤 감정가의 70% 선에서 담보대출을 하고 있는 것.
모 시중은행 지점장은 "주택담보 대출이 은행으로서는 별다른 수익이 되지 않는데다 집값 하락으로 리스크는 높아져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대출 심사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분양이 많은 대구 등 지방 대도시 아파트들은 대출 기준이 더욱 까다롭다"고 밝혔다.
◆전매 심사 통과는 바늘구멍
"의사도 자격 조건이 안 돼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받지 못한다고 하니…."
공인중개사 K씨는 얼마 전 아파트 전매계약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분양가 6억원짜리 아파트 전매를 받기로 한 매수인이 의사였지만 연봉 5천만원이 되지 않는다며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 승계를 거절한 것.
K씨는 "은행에 항의를 한 뒤 재산세 영수증 등 다른 서류를 보완해 다음날 겨우 심사를 통과했다"며 "은행들의 전매 심사가 너무 엄격해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전매 제한에 나선 것은 이른바 '바지 계약'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바지 계약'은 분양가에서 10% 이상 내려간 가격에도 전매가 되지 않으면서 일부 고가 아파트 계약자들이 아파트 구입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한 뒤 분양권을 전매하는 것.
현재 대구 지역 내 분양가 4억원이 넘거나 분양가보다 거래 가격이 많이 내려간 아파트는 대부분 중도금 대출 은행들이 엄격한 전매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한 바지계약자 탓에 전체 단지 전매를 제한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소득 신고가 많지 않은 자영업자 등은 중도금 대출을 갚지 않으면 분양권 구입도 힘들다"며 "특히 전매 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은행들의 경우는 심사 통과율이 20~3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정부에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무리 CD금리를 내려도 정작 대출이 되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은행권의 돈줄 죄기가 부동산 시장 경색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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