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2의 강호순' 막는 사회적 노력 절실하다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2년여에 걸쳐 여성 7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엽기적 행각에 국민들이 치를 떨고 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어쩌다 인간이 이 지경까지…"란 탄식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이 더욱 경악하는 이유는 강의 철저한 二重性(이중성) 때문이다. 강은 이웃과 직장 동료들에게 '친절한 아버지' '사근사근하고 일 잘한다'는 평판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겉포장과 달리 그 안에는 인면수심의 모습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부유층 노인과 부녀자 20명을 살해한 유영철, 초등학생과 여성 13명을 살해한 정남규와 연쇄살인범이란 측면에선 궤를 같이 하지만 범행 동기에서 강은 이들과 사뭇 다르다. 유와 정이 사회에 대한 불만, 좌절된 성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반면 강은 "돈이나 성욕 때문이 아니다"고 진술하고 있다. 오로지 즐기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살인의 쾌락 그 자체를 추구한 첫 연쇄살인범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뚜렷한 범행 동기 없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서구형 연쇄살인범죄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살인범죄가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개탄과 함께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개별사건 차원에서만 대응했을 뿐 사회 전반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대책 마련은 미흡했다. 연쇄살인범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나타나는 괴물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CCTV 확대 설치, 범죄심리 분석관(프로파일러) 등 서구형 연쇄살인범죄를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함께 쾌락이나 물질을 위해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에 대한 반성과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강호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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