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코너] 와스프(WASP)란?

1월 20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인종 및 사회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흑인 대통령'이 특별한 감동과 희망을 주는 이유는 아직도 미국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인종차별의 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사회에선 '와스프'(WASP)가 주류세력을 형성해 왔습니다.

WASP(White with Anglo-saxon Protestant)는 백인 앵글로색슨 청교도를 뜻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어도 WASP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 건 불가능한 일로 생각됐다. 하지만 미국이 독립한 지 232년 만에,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시켜 미 의회의 인준을 받은 지 143년 만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기존 미국 정치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권교체 차원을 넘어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화당으로 대별되는 종래의 WASP라는 종교 색채가 강한 백인 위주의 반(反)이민주의 사회통념을 다민족, 다양성을 위주로 하는 실증적,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WASP가 메이플라워호를 선구자로 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손으로 미국사회의 주류를 형성, 정·재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 돼 왔다. 백인이었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WASP의 조건을 갖추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이며 가톨릭 신자인 케네디였다. 최근 WASP는 평균적·배타적 그리고 비창조적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멸적인 말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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