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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공부에 어떤 영향?…7~8시간 푹자야 능력 쑥쑥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3당 4락'(3시간 자면 합격, 4시간 자면 불합격)은 오랫동안 수많은 수험생들을 괴롭혀 왔다. 전문가들은 최상의 기억력을 유지하고 학습능력을 높이려면 하루 7, 8시간은 잠을 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용진 가족사랑정신과 원장은 "수면과 학습과의 상관관계는 개인의 능력과 생활유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하지만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신체, 심리적 컨디션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이해력, 탐구력, 추리력 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잠은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잠의 신비한 능력

사람의 뇌는 전체 체중의 2% 정도지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20%나 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생존도구로 날카로운 발톱보다는 학습기관인 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수면 중에도 뇌의 에너지 사용량은 크게 줄지 않는다. 학습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최적의 학습이 이뤄지기 위해선 입력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억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하지만 뇌에 한꺼번에 입력되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억하고 체계화하기에는 뇌의 용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별도의 시간을 내 버려야 할 정보와 기억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고 기억할 정보 역시 중요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래서 잠은 학습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수면 중에는 뇌를 뺀 모든 신체는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휴식상태로 바뀌고, 뇌는 낮에 경험했던 정보들을 기억하고 재편성하는 일을 한다.

◆한국 초교생, 수면시간 가장 짧아

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포천중문의대 구미차병원의 정신과 교수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교생(7~12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평균 0.5~1.5시간 정도 잠을 적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장하면서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7세의 경우 9시간이었으나 12세 때는 8.2시간으로 나타났다. 8시간 미만의 잠을 자는 만성 수면부족 아동의 경우 7세는 4.3%였지만 12세가 되면 25%로 급증했다. 또 학업만족도가 높은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8.74시간이었으나 학업만족도가 낮은 학생은 8.34시간으로 분석됐다. 영남대병원 서완석 정신과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 신체적 질병은 물론 심리적 불안정성, 학습 및 성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끼잠, 기억력 향상에 도움

낮 동안 잠깐 자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연구팀에 따르면 낮 동안 6분 정도 조는 것이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단어를 기억하게 한 뒤 시험 전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게 했는데 휴식 시간 중 일부 학생들은 6분간 졸도록 허락된 반면 나머지 학생들은 깨어 있게 한 결과, 6분간 수면을 취한 학생들의 기억력 시험 결과가 더욱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이 각성 상태에서 얻은 모든 정보를 마구잡이로 처리하지 않고 학습을 통해 얻은 정보만을 골라 잘 처리하도록 돕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주말 늦잠은 금물

평소와 달리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10대들은 학업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브라운대학 크로울리 박사팀이 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체내 인체시계를 더욱 늦은 쪽으로 재설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월요일 아침에 정신이 몽롱해지게 만들어 월요일 아침 학생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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