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숫자 2, 3, 15의 숨겨진 의미

요즘 고객을 접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고객만족'이 아니라 '고객감동'을 실천해야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외적으로 경쟁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우리 소비자들의 입맛이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장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휴대폰이나 디지털TV 등의 분야에서 세계 초일류 상품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고객감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숫자에서 그 키워드를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숫자가 '2, 3, 15'다.

'블링크(blink)의 2'는 '말콤 글래드웰'이 얘기하는 '2초 이론'이다. 블링크란 눈을 깜빡이는데 소요되는 2초 동안의 짧은 순간인데 글래드웰의 주장에 따르면 이 2초 동안에 살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청춘 남녀들의 연애 여부도 2초 안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필(feel)'이 꼽히는 시간은 2초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블링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소비자의 선택은 정보와 시간의 양이 아니라 감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피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디지털 시대에 기업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순간'이다. 이제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2초 내에 자신들의 상품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심어줘야 한다.

'숫자 3'은 세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많다'의 의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나 '서 말의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가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튼튼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기아자동차가 출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삼륜차, 다리가 3개였던 접이식 낚시의자, 튼튼한 왕권을 가능하게 했던 삼정승 제도 등이 그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영원하다, 완벽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에 관한 얘기는 '천부경'에 나온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장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의결을 마치면 반드시 의사봉을 3번 두드린다. 그것은 의결된 사항이 천신과 지신, 백성에게 선포할 만큼 완벽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메시지다.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나 CEO들이 그와 같은 '3'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날치기 통과'와 같은 부끄러운 일을 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정부나 기업들이 '많음, 튼튼함, 완벽함'을 상징하는 '3'의 의미를 국민을 위한 정책, 제품생산, 서비스 제공 등에 제대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

'MOT(Moment Of Truth)'란 고객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진실의 순간 15초'를 의미한다. 그것은 투우사가 투우의 급소를 내리찍어 고통없이 죽게 하는 결정적인 순간 15초에서 유래됐다. 이 MOT의 개념을 비즈니스에 접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 CEO가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얀 칼슨'이다. 그는 고객을 직접 담당하는 발권담당 직원이나 승무원이 보여주는 최초의 15초 서비스가 항공사 전체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으로 고객 접점의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가 있었다.

우리가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2, 3, 15에 숨겨진 경쟁력의 비밀을 찾아 그것을 자기 혁신의 동기로 삼아야 한다.

정상만(대구은행 황금PB센터 PB실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