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자녀가 컴퓨터 게임에라도 몰두하면 잔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컴퓨터를 통해 성공을 꿈꾸는 학생들도 적잖다. 대구 침산중학교 2학년 김창규(15)군도 그런 경우다. 김군은 지난해 11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부문에서 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경시대회처럼 꽉 짜여진 틀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 뽑힌 결과라 더욱 빛이 난다.
창규군이 컴퓨터에 재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안정숙(47·대구 북구 침산2동)씨의 배려가 컸다. 안씨는 이른바 '베타 맘'(자녀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미래를 선택하게 하는 엄마)에 가깝다.
"아이가 어릴 때 컴퓨터게임을 무척 좋아해 하루에 2, 3시간 정도 컴퓨터에 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크게 꾸짖지 않았죠. 컴퓨터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노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는 어느 정도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현실에서 보는 것보다 더 넓은 환경을 접하니까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안씨는 아이가 컴퓨터를 하루에 1, 2시간 정도만 하도록 허락했다. 또 거실에 컴퓨터를 배치해 항상 무엇을 하는지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를 어느 정도 하게 해주니까 자신이 알아서 공부를 하더라는 것.
"창규는 게임을 하다 보면 금방 질려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게임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게임을 조금씩 해보더라고요. 그러더니 한날은 자신이 나중에 성인이 되면 아무리 오래 해도 질리지 않는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어보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김군이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초교 3학년 방과후학교에서였다. 이 수업을 통해 컴퓨터 기초를 배운 것. 초교 5학년 때부터는 친구와 같이 컴퓨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학원 가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강사들이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숙제에 허덕이는 그런 분위기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보니 남들처럼 영어나 수학학원엔 근처도 못 갔어요. 방과후학교 때 영어를 잠깐 배운 게 다죠. 하지만 컴퓨터는 학원을 자진해서 다니려고 하더라고요. 수업 중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친구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죠."
그렇게 김군은 3년 동안 꾸준히 '비주얼베이직' 프로그램을 학원에서 익혔다. 틈틈이 자신이 배운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학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안씨는 "집에 있으면 아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컴퓨터학원 외에 다른 학원을 가지 않은 대신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도록 해줬다.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사고가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어릴 때부터 학원에 쫓기다 보면 사고가 좁아진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득이라고 판단했죠. 그래서인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기발한 생각을 곧잘 해내요.
예를 들면 초교 5학년 때 학교에서 광고 카피를 만들어오라고 했는데 김군은 잡지나 책에서 이미지를 떼와 '이것을 사지 않으면 사막에서 죽을 것이다'라는 광고 카피를 제출했죠.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했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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