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는 스포츠 외신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62) 전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업적을 기려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 파사펠트시에 지어진 '히딩크 박물관(Gusseum)'이 철거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현재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히딩크 감독에 대해 러시아의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한때 한국에서 그랬듯 지금은 러시아에서 히딩크 관련 뉴스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에 따르면 파사펠트시 당국이 최근 히딩크 박물관 철거를 결정하고 그 자리에 일반 주거 건물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시 당국이 관리하는 이 박물관은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해 한국 기업의 후원으로 2002년 9월 세워졌으며 히딩크 감독의 개인 기념관 기능은 물론 한국과 관련된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면서 네덜란드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개장 후 2년까지는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2005년 이후 월드컵 열기가 식은 탓인지 관람객 수가 급감했고 결국 문을 닫았다가 이번에 철거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온 지난달 29일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과의 경기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 전지 훈련에 나선 허정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역시 이곳으로 전지훈련 온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아 원정 첫 1승을 거둔 감독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자리에서 허 감독에게 대표팀 평가전 일정을 묻는 등 관심을 나타내며 "한국 축구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러시아로 나란히 진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두 명장은 이제 한국 축구의 추억 속에 숨쉬고 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한동안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겨졌던 지휘권을 회수해 온 인물이다. 초기에 삐걱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제 궤도에 올라 점차 신뢰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1일 열린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다소 미흡한 경기력을 보이며 1대 1로 비기는 데 그쳤다. 이 경기에서 전술을 시험한 허 감독은 11일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겨 이란 원정에서 고전했던 징크스를 깨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 고지의 8부 능선에 다다르게 된다. 전례 없는 경제 위기로 너나없이 움츠러들고 우울해지는 현실에서 우리 국민들은 스포츠의 성공을 통해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한다. 그래서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한국인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본선에서 16강 진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김지석 문화체육부 차장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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