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새해의 기도

새해에는

주여

묵은 게으름 털어버리고

젖을 빠는

아기처럼

열심이게 하소서

주여 새해에는

부디 가난한 자 되게 하소서

마음 가난한 자만이

진정 자유로우며

자유로운 자만이

사랑할 수 있음을

몸으로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사랑하는 자로 살게 하소서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지고 싶어하는 자와

가진 자 모두를 사랑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주여

무지개 같은 바램들일랑

구름으로 다 흩어버리고

그저 빈 마음으로 사는 자 되게 하소서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에서도

도시의 한 켠 구석진 곳에서도

당신 손길 느끼는

가난한 자로 살게 하소서

주여 새해에는

진정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게 하소서

비록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온 세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가지더라도

가진 모든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모자람을 알게 하소서

불의를 보고 싶어하지 말게 하시고

미워함과 시기함을 없게 하시고

늘 뜨거운 가슴을 가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침이면 떠오르는

저 태양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삶의 나날을

찬란하게 살게 하소서

제 삶의 나날이

노래이고 춤이게 하소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시가 되게 하소서

박진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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