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허사로 돌아갔다.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열린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대구 오리온스는 이미 귀화해 뛰고 있는 이동준의 친형 에릭 산드린(202.1㎝)을 지명하길 원했으나 7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그쳤다. 산드린은 2순위 지명권을 갖게 된 서울 삼성이 데려갔다.
산드린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울산 모비스에서 뛰면서 평균 11.8점 6.6리바운드(24경기)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로선 기대에 못 미쳤으나 국내 선수라면 준수한 성적. 게다가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2명을 보유해도 1명만 뛸 수 있어 장신을 이용한 골밑 플레이와 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한 산드린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각각 하승진, 김주성을 보유해 높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주 KCC나 원주 동부 외에는 산드린이 매력적인 카드였다. 국내 선수 중 가장 키가 큰 이가 이동준(198㎝)일 정도인 오리온스로서도 산드린은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혼혈인 형제가 한 팀에서 뛴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를 끌 만했으나 순위 추첨에서 뒤로 밀린 탓에 아쉬움을 삼켰다.
반면 10개 구단이 동일한 확률로 벌인 구슬 추첨에서 1, 2순위 지명권을 뽑은 KCC와 삼성은 활짝 웃었다. KCC는 미국 청소년대표 출신의 수준급 포인트가드 토니 애킨스(178.4㎝)를 선택했고 가드진이 좋은 삼성은 당연히(?) 산드린을 골랐다. 특히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하승진을 지명한 KCC는 또다시 행운을 잡았다.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뒤 러시아,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한 애킨스는 지난해 7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작은 키 때문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한국인 어머니 전명순씨와 일찌감치 한국으로 들어와 귀화 절차를 밟다 KBL 입성이라는 소원을 이뤘다.
3순위 창원 LG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뛴 그렉 스티븐슨(192.3㎝)을 지명했고 안양 KT&G와 부산 KTF는 각각 4, 5순위로 가드인 케빈 미첼(183.7㎝), 크리스 벤(179.2㎝)을 데려갔다. 스티븐슨은 외곽슛 능력이 좋아 슈팅가드 뿐 아니라 스몰포워드로까지 뛸 수 있고 2살 때 헤어진 한국인 어머니를 찾는다는 미첼, 벤은 경기 운영 능력이 좋다는 평가다.
KBL에 몸을 담게 된 5명은 귀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최대 3시즌만 지명받은 팀에서 뛸 수 있다. 첫 시즌 연봉은 최대 1억원. 6순위 이하 팀들이 지명을 포기, 앤서니 갤러웨이와 료스케 노자와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팀들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국내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갖는다. 1~3순위는 오리온스와 모비스, 전자랜드가 추첨으로 순서를 가리고 4·7순위는 서울 SK, 5·6순위는 동부, 8~10순위는 1~3순위의 역순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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