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옥스퍼드가 대구에 주는 교훈

명문대 탐방객들로 도시 활기, 지역대학도 관광자원화 모색을

지난 12월에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서 영국 옥스퍼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으로 이번 3040 칼럼을 구성하고자 한다. 캠브리지대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대학인 옥스퍼드대가 있는 이곳은 교육과 연구의 도시이다. 나아가 오랜 역사를 지닌 고풍스런 대학 건물들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미국과 비교해 아시아 학생의 숫자는 적지만 유럽 여러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학생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을 임대하거나 식당을 운영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현지인이 적지 않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인근 대학의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세계적 과학기술단지가 형성되었다. 옥스퍼드는 집약적 산업단지는 아니지만 대학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구도 여러 지역 대학들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여 과거 제3의 도시로서 명성을 찾을 방안을 강구해야 되지 않을까. 더구나 대구는 서울의 강남 8학군에 버금가는 고교 인재들이 많다. 이러한 어린 인재들이 고향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여러 문화적, 경제적 혜택이 많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인터넷 실용화 초기인 1990년대 미국 유학시절과 비교하면 이번 옥스퍼드 생활은 인터넷 덕택에 훨씬 편리하다. 출국 전에 옥스퍼드의 지역 포털에서 부동산 정보를 찾아 구글 맵의 위성사진으로 주변 환경을 살펴보고 이메일로 방을 계약했기에 호텔비도 절약하고 안정된 공간에서 짐을 풀 수 있었다. 한국서 사용하던 인터넷 전화는 케이블을 꽂자마자 특별한 설치 없이 바로 작동했다. 외국에서 장기 체류 경험이 없는 아내는 인터넷 전화의 작동과 동시에 불안감을 지워버리는 듯했다. 시차의 불편함은 있지만 인터넷 전화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가족과 지인들과의 통화는 모두 시내 전화이고 한글 문자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TV 수상기와 함께 소위 'TV 허가증'을 구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통한 영국 공영방송인 BBC를 실시간 시청할 수 있어 텔레비전 시청 문제는 잠시나마 해결되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BBC를 시청하는 것도 허가증이 필요하나 아직 홍보 기간이어서 까다로운 규제는 없는 편이다. 생활용품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가까운 가게에서 찾으니 택배 비용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듯이, 인터넷은 낯선 옥스퍼드에서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이제 지역의 공공도서관으로 화제를 바꿔보자. 서구 선진국을 말할 때 가장 편리한 공공 서비스로 얘기하는 것이 도서관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도서관이 입시와 취업을 위한 사설 독서실화된 것과 비교해 이곳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충전하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도서관은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서 짬을 낸 중년 부인부터 큰 활자로 제작된 책을 읽는 어르신들, 정기간행물실에서 과제 자료를 찾는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로 붐볐다. 소장 도서의 현황을 알기 위해서 마뉴엘 카스텔의 저서를 검색해 보았다. 카스텔을 선택한 이유는 정보사회에 대한 그의 저서는 사회과학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필자가 있는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에 그가 방문 학자로 와 있기 때문이다. 1996년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를 비롯해 저서까지 총 4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이곳이 대학이 아닌 공공도서관임을 고려하면 자료 갱신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4층 건물에 화장실이 없었다.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인근의 쇼핑몰을 이용하라고 한다. 이것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인지, 아니면 인색한 행정서비스인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런던과 마찬가지로 옥스퍼드에도 감시 카메라(CCTV)가 건물 및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굳이 조지 오웰이 쓴 '1984년'에 묘사된 감시통제사회의 암울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의 생활이 하루에 100회 이상 촬영되는 것은 썩 좋은 느낌이 아니다. 서울 강남지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감시 카메라 설치지역이 많아지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CCTV에 무감각해지면서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사회'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2009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를 지켜보는 감시 카메라는 줄어들고 우리를 보살피는 따뜻한 손길과 마음이 사회 전체에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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