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으로 일컬어지는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BC 460~377). 그는 의료의 윤리적 지침을 설파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도 유명하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선서는 의사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1995년 초대 대표였던 여운제(내과전문의)씨 등 의사 136명이 만든 진보적 의사 단체인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대경인의협, 공동대표 신경목·노태맹).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처럼 그늘진 곳에서 빛을 밝히는 '등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때론 동료 의사들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는 평가다.
대경인의협이 처음 만들어질 때엔 주로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경험이 있는 의사들이 주축이 됐다. 설립 당시의 목표는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 및 건강교육, 지역실정에 맞는 보건의료정책 개발, 의사 윤리의 제고, 사회적 책임의 강화 등이었다.
출범 14년이 흐른 현재 대경인의협은 어엿한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불거진 노숙자 문제,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대경인의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많아짐에 따라 그 활동반경이 크게 넓어진 것이다. 대구시의 보건행정 사업에 적극 동참하기도 한다.
2008년 한 해 대경인의협이 활동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대경인의협의 보폭이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진료사업을 들 수 있다. 성서 이주노동자진료소에서는 8년째 매주 수요일에, 경산 이주노동자진료소에서는 2년째 매주 일요일 오후에 진료를 하고 있다. 가톨릭근로자회관 이주노동진료소에서는 지난해부터 격주로 일요일 낮에 진료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경인의협 이종우 기획국장은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는 진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며 "하루에 20여명가량 진료를 받지만 항상 붐빌 정도로 '그들의 공동체'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료진료소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대학생, 노조원, 간호사, 교교생 등이 꾸준하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새터민 정신건강지원사업도 대경인의협의 빼놓을 수 없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올해로 4차년도 사업인 이 사업은 대구 새터민을 중심으로 해서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1, 2차 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지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경북 새터민을 중심으로는 신체 및 정신 건강검진 및 상담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지역거점병원을 통해 70여명에 대해 검진을 해줬다.
2006년 대경인의협은 북한이주민지원센터와 함께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를 벌여 절반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정신과 진료나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아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른 단체와의 연대사업에도 대경인의협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의료공공성 확보와 간병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구지역 공동대책회의를 비롯해 지역보건복지 시민노동단체 모임, 광우병없는 대구만들기 소비자행동 등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매월 갖는 월례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의 보건의료정책 변화 및 과제' '의료상업화 정책의 허와 실' '의료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료 인상의 문제' 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펼쳐졌다. 대경인의협은 의료를 시장논리에 맡기려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경인의협의 사업도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경인의협은 한때 회원 수가 200여명에 이르렀으나 2000년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파업시 상당수 회원들이 이탈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대경인의협은 파업의 부당성을 비판, 파업을 주도한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누군가가 해야 하지만, 쉽게 나설 수 없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는 게 대경인의협에 대한 평가다. 그 일환의 하나로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토론회와 순회 강연회를 마련했으며, '황우석 박사 배아줄기 연구 파동' 때는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대경인의협 회원은 67명가량. 지난해 신입회원 4명이 가입하는 등 매년 '젊은 피'가 들어오면서 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임재양 원장(외과전문의)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싫어하는 세상이 돼 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전문가 사회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성이 있어야 전문가 집단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대경인의협이란 존재는 그 존재의 당위성은 물론 역할에서도 의의가 매우 크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대표:신경목, 노태맹
△감사:김진국, 한동로
△기획국장:이종우, 차장:유택규
△대외사업국장:강종문
△사무국장:김동은
△진료사업국장:김건우, 차장:추호식
△학술국장:이화평
△편집위원장:이상원
△의약품 지원사업국장:박일성
△무임소 운영위원:윤창호, 박정하
△정책자문위원:구인호(변호사), 손지아(가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경수(영남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간사:나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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