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필은 재밌으면 된다" 보여주기 수필의 새 방법 모색

▨그것을 타라/조정은 지음/에세이스트사 펴냄

조정은이 쓴 수필집 '그것을 타라'는 우리가 수필하면 흔히 떠올리는 15∼20매짜리 수필이 아니다. 각각의 소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것을 타라'는 한편의 장편 수필로 읽어야 한다. 그래서 그의 원고를 읽은 사람들 중에는 "소설을 쓰지 왜 수필을 쓰세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조정은은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서사를 지닌 장편 수필이 됐다. 지은이는 "굳이 사건을 지어내지 않아도 사람의 삶이 가장 완전한 서사이고 완전한 신비"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수필은 문학성이 있어야 하고 고상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녀는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론가 김종완은 조정은의 수필을 평가하면서 "한국수필의 말하기 방식은 철저했다. 짧아야 한다는 불문율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서사 수필을 쓸 때도 화자인 내가 나와서 (묘사하는 대신) 쭉 진술한다. 그래서 스토리는 없고 줄거리만 있다. 줄거리로 말하기 시작하면 한 시간 반짜리 영화도 몇 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진행을 생생히 보여주는 일연의 작품들이 나왔다. 혁명적인 진화다. 그들은(조정은을 비롯해 정재은, 김서령, 김광일 등) 수필을 전통적 방식인 '말하기'로 쓰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방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소설의 아류는 아니다. 김종완은 그들의 수필은 "구성이 소설과 확연히 다르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그 차이를 설명한다. 292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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