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호르몬의 폐혜와 안전하게 사는법

▨집이 우리를 죽인다/허정림 지음/기린원 펴냄/264쪽, 1만2천원

"신혼 초 자연유산을 경험했다. 주변에선 최루탄 때문이라고 했다. 연일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던 대학 시절, 무의식 중에 마신 최루탄 연기가 내 몸에 축척된 것이다. 비슷한 학번 친구들도 유산을 자주 겪었다. 그 후 첫째 아이를 얻었다. 건강하게 출산한 아이었지만 태어난 지 10일 만에 감기에 걸렸다. 생후 한 달가량 질병에 걸리지 않는 신생아의 특성이 내 아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 뒤로 아이는 백화점만 갔다 오면 반드시 모세기관지염에 걸렸고 불명열이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보름 동안 체온이 40℃를 웃돌기도 했다. 둘째 역시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기 시작했다. 외풍이 심한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후부터였다. 게다가 알레르기 비염까지 찾아왔다. 두 아이의 질병이 환경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은 훗날 본격적인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의 저자 허정림은 환경호르몬 피해자다. '생필품'이란 이름으로 화학제품이 물밀듯이 쏟아지던 90년대 중반 자식을 낳은 엄마일 뿐이었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병원을 찾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아이들이 한창 클 때 깨달았다. 환경교육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나 같은 어리석은 엄마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생리불순과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을 앓은 두 아이를 키우며 느낀 모성애가 책의 집필을 가능케 했다.

'집이 우리를 죽인다'는 단순히 집안 곳곳에 숨은 독소의 폐해만을 지적하지 않는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를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일회용 기저귀와 향수, 화장품 등 위생용품과 미용용품의 독소와 구제용품, 합성세제, 가전제품 등 신체와 접촉하는 가정 내 모든 독소를 낱낱이 파헤친 후 '유해독소 퇴치법'을 통해 친환경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우선 저자는 '환기'의 중요성과 '가구 및 가전제품'의 적절한 배치를 강조한다. 단열과 난방 기능 위주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은 '낮은 실내 산소도'를 특징으로 한다. 실제 아파트 방문을 닫고 7시간이 지나면 실내 산소도는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19%대까지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선 바람이 드는 곳과 나는 곳을 정확히 찾아 되도록 환기 경로를 길게 해야 한다. 특히 바람의 들 곳과 날 곳이 짧으면 신선한 공기가 방 구석까지 미치지 못하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숏 서킷'(short circuit) 현상이 일어나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

가전제품의 경우 거실의 TV뒷면이 안방의 침실과 근접한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TV뒷면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안방의 침실로 그대로 들이치기 때문이다. 전자파는 아파트 벽 정도는 가뿐히 넘어 전파된다. 특히 전자파는 멜라토니 호르몬을 감소시켜 수면장애와 사춘기 청소년의 성적 성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전문가다운 식견과 살림을 책임진 주부의 입장에서 집안 독소 퇴치 방법을 일러준다. 주부라면 절로 밑줄 그어가며 읽게 되는 책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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