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최강 제국 만든 '여진족의 비결'

▨대청제국/이시바시 다카오 지음/홍성구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100만명에 불과한 만주족의 나라가 1억명이 넘는 중화세계를 삼킨 힘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떻게 장성 안쪽 세계를 아득히 넘어 몽골과 티베트, 이슬람의 위구르 세계를 통합했는가. 만주족의 만족할 줄 모르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야만인으로 간주되던 만주족의 청조는 어떤 세계와 어떤 역사, 어떤 영화를 창조했는가.

흔히 청조라면 아편전쟁 후 보수체제 유지에 고뇌하는 구태의연한 나라, 약해빠진 왕조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청제국'의 지은이 이시바시 다카오는 다르게 본다. 청조는 세계 으뜸의 대국이었고, 제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왕조였다는 것이다. 그는 한족 중심의 중국사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래서 만주족이 한족 문화에 흡수동화됐다는 기존의 학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족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세계성, 가난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만주족의 활력과 혁신력에 주목한다.

청조 지배구조의 중요한 버팀목 중 하나로 청조의 독자적인 군사조직이자 정치·사회조직의 성격까지 갖추었던 팔기제는 확실히 눈에 띈다. 그러나 청조의 확대과정이 모두 팔기제에 기초해서 이루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팔기가 언제나 강대한 군사력을 자랑할 정도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팔기군이 언제나 강력한 군대로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군사력만으로 역사상 '공전의 제국'이 탄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이해다.

지은이는 청을 건국한 누르하치의 거병에서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혁신과 보수 사이의 대립, 이문화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전례없는 강대함이 탄생했다고 본다. 게다가 그들이 퉁구스계 여진족(만주족)이라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들은 순응성이 풍부했고 그만큼 '세계성'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상 대제국으로 일컬어지는 진(秦)과 몽골제국이 그랬듯 경제적 조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흥기해 정복과 통일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청조번영의 한 요인이다. 누르하치가 거병했던 만주국 영지는 자급자족이 불안정하고 경제적 조건이 열악했다. 그들은 청조 건국 이전에도 이후에도 안정된 경제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강력한 제국을 건설하는 동력이 됐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혁신과 혁신 사이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혁신을 거듭한 결과 만주족의 청 왕조는 중화 세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넘어 거대한 다민족국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고 오랫동안 중국 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다.

지은이는 특히 만주족의 청왕조는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와 가장 많은 이민족을 한 국가 안에 녹여냄으로써 화이일가(華夷一家)의 통일 다민족국가를 세웠다는데 주목한다. 이는 결국 가난한 오랑캐 만주족이 현대 중국이 표방하는 '오족(五族) 중국'의 원형을 이루었다는 새로운 역사해석인 것이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의 원형인 '다민족국가'가 만들어진 과정을 6대에 걸친 황제들 이야기를 통해 세밀하게 전하고 있다. 1616년 아이신(후금)을 세운 태조 누르하치에서부터 1636년 대청국 황제에 오른 태종 홍타이지, 북경으로 천도한 3대 순치제, 중국 내지를 통일한 강희제, 절대군주권을 확립한 옹정제, 중국의 최대 판도를 이룩한 건륭제에 이르는 200년(1616∼1799) 중국 최대의 전성기를, 만주족 황제들을 통해 들려주는 것이다.

335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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