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컨설팅기관이 하는 대학경영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우리가 짐작하던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북대의 최근 평가 결과를 보면 2007년 중국과학평가연구센터 과학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450위(국내 7위), 더타임스 평가에서 493위(국내 11위)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교통대학 학술역량평가에서는 2007년과 2008년 모두 500위권내 진입에 실패했다.
국내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2007년에 17위를 기록했다. 이런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살펴 보아야 하는 교수연구역량분야에서도 1997년에 6위이던 것이 2008년 15위로 하락했다. 학생들의 질적 수준 역시 1984년 4, 5위에서 2008년 15위로 떨어졌다. 광주 및 울산과기대, DGIST 등이 학부생을 모집하는 시기에 가면 이러한 위기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인 경북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우수인재 유출이다. 뿌리깊게는 말(馬)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전통깊은(?) 사고방식이 그 원인이다.
현실 경제논리로 보면 지방에 졸업생이 갈 수 있는 큰 기업이 부족한 것이 큰 이유이다. 대규모 시장이 입지해 있는 수도권으로 기업이 모이고, 다시 일자리를 주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인재들이 모인다.
이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일차적으로 대학입장에서 통제가 가능한 변수가 아니다. 따라서 별로 손쓸 방법이 없다. 중앙일보 평가 상위 20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지방대의 비중이 1997년 45%에서 지난해에는 30%로 줄었고, 수도권 대학교 대비 지방대 수능성적이 1994년 90%수준에서 지난해 76%수준까지 하락한 사실을 보면 이는 비단 경북대만이 겪는 위상하락이 아닌 지방대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의 자체 노력 부족이다. 지난 10여년간 경북대 교수의 경쟁력은 정체상태였던 반면 수도권 사립대 교수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국립대의 낮은 교원확보율, 우수학생 및 교원 확보를 위한 노력 부족, 업적평가와 승진관리에서의 엄격성 부족, 연구성과 제고를 위한 전략 및 노력 부족 등은 고스란히 대학의 책임이다. 물론 대학입장에서 국립대 교원정원은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고 지난 몇 년간 교원 신규정원이 한명도 없었다고 강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가장 심각한 원인이다.
세 번째 원인은 정부정책의 변화다. 국립대의 설립목적은 국책 첨단학문 육성에서의 선도적 역할 수행과 학문의 국가적 균형발전, 경제적·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대학교육 기회 제공 등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정책은 경제논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법인화 추진, 재정지원 동결, 교수정원 동결, 수익사업 확충을 통한 자체재원 확보 압력 등 국립대에 요구하는 정책기조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 인가 및 대학입학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해왔다. 특히 국립대 재정지원비율을 1964년 94.6%, 1970년 83.7%, 1980년 78%에서 2006년 49.7%까지 끌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 국립대 등록금 인상을 반대했다. 또 1인당 교수 학생 비율 향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국립대 교원정원을 동결해, 이로 인해 보호학문을 육성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양질의 대학교육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대 위상 하락은 해당 지역의 위상하락과 궤를 같이하며 그 반대 논리도 가능하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더해질 때 지역발전은 선순환구조로 바뀔 수 있다. 지금 경북대는 변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 제도적 변화,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교육과 연구지원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동모(경북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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