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고른다(ころんだ)

다르마상가 고른다(達摩さんが ころんだ)-'고른다'는 '걸은다'가 변한 말.

우리가 어렸을 적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술래잡기 놀이를 한 추억이 있다. 이 놀이는 술래가 나무에 기대 눈을 가리고 주문을 외운뒤 돌아보아 움직이는 아이를 잡아내는 게임이다.

주문을 외우는 동안에만 조심조심 술래에게 다가가 맨 마지막에 술래에 잡힌 동료를 구출하여 도망가는 이 놀이는 절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술래가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걸어가는 모습을 술래에게 들키면 잡히게 되고, 잡힌 손의 연결고리를 다른 친구가 끊어서 도망칠 수 있게 해 줄 때를 기다리면서, 웃고 즐기던 달밤 아래의 그 시절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꿈같던 어린 시절의 그 놀이를 일본의 아이들이 똑같이 할 줄이야.

그런데 아이들이 외우는 주문은 우리와 달랐는데, 내용은 '다루마상가 고른다'(たるまさんが ころんだ)로, 뜻은 '달마님이 굴러간다'이다.

오늘날의 일본어로 '고른다'(ころんだ)는 '굴러간다'가 맞지만, 고대에 이 놀이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분명히 '굴러간다'가 아니고 '걸어간다' 즉 '걸은다'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고대 한국에서 건너간 이 '걸은다'라는 말은 오랜 세월을 거쳐 전해 내려오는 동안에 소리말은 놀이로써 그대로 이어져 왔지만, 뜻은 완전히 잊혀져서 지금은 그냥 소리나는 대로 해석해서 '굴러간다'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놀이를 보고 알수 있듯이 이 '고른다'는 구르는 것이 아니라 안 들키고 걸어가는 놀이기 때문에 '걸은다'가 맞다.

달마는 중국 선종(禪宗)의 시조로서 인도의 왕자로 태어나 반야다라(般若多羅)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선종(禪宗)을 전한 인물. 중국 소림사(小林寺)에서 9년간 벽만 바라보고 법을 깨달았다고 해서 '벽면 9년'(壁面9年)의 고사로 유명하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달마는 '개운의 상징'으로써, 무슨 소원을 할때 한쪽 눈을 그려넣고 그 소원이 달성되면 다른 한쪽도 그려 넣어 성공을 축하하는 부도옹(不倒翁)의 상징이다.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이기면 달마의 눈을 그려넣는 모습을 일본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옛날에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절이 학교 역할을 하였으며, 스님이 교사였다. 스님들은 달마처럼 무엇이든 참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달마 9년'을 설법한다.

그러나, 필경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달마님도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는 먹기도 하고 자기도 했을 거야'하면서 장난치던 것이 점차 즐거운 놀이로 변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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