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취업난과 고용 불안 세태를 빗댄 새로운 유행어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4일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작년 하반기 이후 취업시장과 직장생활에 등장한 신조어를 정리한데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들을 '실업예정자', '졸업 백수'라고 부른다. 불황 속에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가 없는 백수 신분이 예정돼 있다는 자조적 의미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스펙(학력·외국어·학점 등 취업 요건)'이 된 것은 오래 전 일이고, 스펙을 키우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 값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족'과 토익·취업 강좌 등을 찾아다니는 '강의 노마드(유목민)족'도 일반적이다.
위축된 고용 시장을 반영한 '고용 빙하기', '청년 실업 100만 시대', '100만 백수 가장 시대' 등은 심각한 고용 실상을 함축했다. 청년 구직자들은 '88만원 세대'에서 '인턴 세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앞 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턴쉽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지만, 어렵게 인턴 자리를 얻어도 정규직 전환은 꿈꾸기 어렵고 한시적 공공근로자, 단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한 채 고시로 눈을 돌려 '방살이(고시원 쪽방 생활)'를 전전하기도 한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직장 유지에 대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직후 유행했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최근에는 20대에 스스로 직장을 뛰쳐나오는 '이퇴백'이란 유행어가 있다.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급한 마음에 취업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대상 연령대를 나타내는 속어인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삼팔선(38세까지 구조조정)을 거쳐 급기야 최근에는 '삼초땡'에 이르렀다. 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을 잃거나 월급이 깎인 것도 모자라 연봉 많고, 아내에게 자상하며, 얼굴도 잘 생긴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 실직한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적·정신적 이상을 겪는 '은퇴 남편 증후군'도 새로운 유행어이다.
이밖에 자가용을 두고 버스(Bus), 자전거(Bicycle),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이동하는 이른바 'BMW족'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폼나게 빌붙는 '웰빈족'도 경제난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 등장한 용어들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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