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붙잡은 일등공신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설치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에 CCTV설치를 꺼렸던 일부 지자체들도 예산을 확보해 노후기기를 교체하거나 추가 설치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감시자로=지난해 12월 12일 오전 4시 30분쯤 대구 달성공단 인근에서 폐지를 줍는 A(70)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길을 나섰다 횡단보도에서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운전자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뺑소니 운전자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새벽이라 목격자도 없었고 범인도 달아났지만 사고장면이 CCTV에 그대로 찍히는 바람에 범행이 드러났다.
지난 1월 11일 오후 4시 40분쯤 택시기사 C씨가 만취한 승객의 상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 60만원과 신용카드 2개를 훔쳤다. 한 아파트 인근에서 택시를 탔다는 피해자의 말을 듣고 경찰은 그 시각 인근을 지나간 영업용 택시를 CCTV로 조회했고, 훔친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영수증에 남긴 C씨의 필적을 찾아내 범행을 자백받았다. CCTV 덕분에 범인을 붙잡은 경우다.
현재 대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662대. 최근 설치를 시작한 부산의 경우 아직 100여대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훨씬 많다. CCTV는 경찰이 우범지대 등 설치가 필요한 곳의 수요를 알려주면 지자체가 설치하는데, 경찰과 지자체 간 협조가 잘 이뤄져 타 지역에 비해 많이 설치된 편이다. 대구경찰청은 대구시에 2010년까지 740대의 CCTV 추가 설치를 요청한 상태다.
방범용 외에도 지자체들이 쓰레기 투기 감시를 위해 설치한 200여대의 CCTV와 과속·신호위반을 위한 교통 단속용, 주정차 감시용 등 수천대의 CCTV가 대구 곳곳을 감시하고 있다.
◆'성능'은 글쎄요?=현재 설치된 CCTV는 대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기능과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이번에 강호순을 붙잡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안산시 건건동 도로에 설치된 CCTV 경우 차량번호자동인식시스템(AVI)이 내재된 고성능 CCTV다.
그러나 대당 설치가격이 4천만~5천만원에 이르다 보니 대구에는 설치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 경계 지점에 3대, 달성군 일대에 20여대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달성경찰서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고성능 CCTV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번호를 식별해내고 곧바로 통과차량의 조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영상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대구에 설치된 방범용이나 쓰레기 투기 감시용 CCTV 대부분은 40만 화소급으로 주간 식별 거리가 고작 25m 정도다. 야간에는 식별거리가 더 짧아진다. 최근에는 적외선을 이용한 LED카메라가 선을 보이고 있지만 워낙 고가여서 대구에는 설치된 곳이 없고 경산의 경우 영남대 지원을 받아 일부 지역에 설치했다. 지자체들은 CCTV의 야간 식별력을 높이기 위해 가로등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일부 지자체는 경기도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이후 고성능 CCTV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달성군은 올해 4억원의 예산을 들여 낡은 카메라를 정비하고 동영상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현재 12군데 24대에서 23군데 68대로 늘릴 계획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력만으론 강력범죄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주위에 CCTV가 설치돼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인권단체들은 향후 고성능 CCTV가 경찰을 대신할지 모른다고 비꼬고 있지만, 범죄예방을 우선시하는 국민정서에 미뤄 CCTV가 전국을 뒤덮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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