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절기 풍습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게 立春帖(입춘첩)과 五辛槃(오신반)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처럼 입춘첩은 워낙 많이 알려졌지만 오신반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게 사실이다. 오신반은 입춘에 맞춰 먹는 대표적인 시절 음식인데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상징성이 흥미롭다.
본초강목에 오신채에 '迎新(영신'새것을 맞는)'의 뜻이 담겼다고 했으니 오신반은 신년이나 새 계절을 맞을 때 먹는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정월이나 입춘 때 다섯 가지 맵고 자극성 있는 나물로 밥상을 차려 먹었다. 이는 임금을 중심으로 사색 당쟁을 뛰어넘어 화합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새순 중 오방색을 골라 노란색(君) 나물 무침을 가운데 두고, 푸르고 붉고 검고 흰색(臣) 나물을 동서남북에 배치했다. 민간에서도 이를 본떠 가족 친지들이 나물처럼 서로 얽혀 화목하라는 뜻에서 입춘 절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입춘첩이 계절을 새로 시작하면서 희망'발복의 염원을 담았다면 오신반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경계하고 다짐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말하자면 發願(발원)에 祝手(축수)가 빠질 수 없고, 苦盡(고진)이어야 甘來(감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음식에도 얼을 담아 세상 이치와 인간 도리를 가르친 것이다.
2월 임시국회가 개회했다. 마침 입춘의 새 기운이 도는 때 국민들 시선은 국회에 쏠려 있다. 지난 정기국회 때 여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에도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당쟁에 골몰한 나머지 추태까지 부렸다. 이번 국회도 엇박자나 치면서 시간만 허비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야가 반목만 일삼고 친이-친박 갈라져 으르렁댈 게 아니라 일치합심해 원만히 현안을 처리하고 빨리 경제난을 타개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밝고 희망찬 소식을 소원하는 여론은 첩만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입춘첩이나 진배없다. 한결같이 경제위기 한파를 뛰어넘어 時和歲豊(시화세풍'시절과 세상이 평안해 풍요롭고)에 雨順風調(우순풍조'비와 바람이 알맞아 풍년이 듦)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선량들이 있을까 싶어 오신반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끔 하고, 국회 곳곳에 입춘첩이라도 붙여두고 싶은 심정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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