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TV 지상파 3사(社)의 대하 사극에 여걸(女傑) 삼국지 시대가 열린다. 과거 사극의 여주인공들이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배후 인물로 존재해 온 반면 2009년 대하 사극에서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적 여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남성 중심이었던 사극이 이처럼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사상 유례없는 경기침체 속에 새로운 여성 리더십이 요구되는 사회적 상황과 광고주가 선호하는 30대 전후 여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KBS2 '천추태후'
여걸 삼국지의 서장은 지난달 3일 첫 방송된 '천추태후'가 장식했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20%를 기록한 천추태후는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선보인 곰 전투 장면 등 대규모 전쟁 신으로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했고, 아역에 이어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주인공 천추태후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 갈 채시라는 고려를 좌절시키려는 적들과 싸우며 대의를 위해 오빠와 아들, 연인까지 버리는 철의 여인을 연기한다. 정사(正史)에서는 희대의 '요부'로 기록된 천추태후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귀주대첩 등 3차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걸로 묘사돼 활쏘기와 승마는 물론 직접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여전사 이미지를 띠는 것. 천추태후 제작발표회에서 "강한 여전사 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더 늦기 전에 갑옷을 입게 돼 기쁘다"고 밝혔던 채시라는 드라마 초반 거란군과의 전투 장면에서 검과 활을 이용하는 무술액션 연기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천추태후에는 또 채시라 이외에도 김석훈 이덕화 최재성 김호진 신애 홍인영 이채영 문정희 등 신'구배우들이 캐스팅돼 탄탄한 연기력의 조화를 이루며 1초당 1천 프레임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해 시종일관 뛰어난 영상미를 전한다.
▷SBS '왕녀 자명고'
"구국의 남자영웅담…, 이젠 지루하지 않은가?" 2월 16일 첫 방영될 '왕녀 자명고' 또한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하사극(50부작)이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를 소재로 하는 이 드라마는 주인공 자명고가 설화처럼 북이 아니라 낙랑공주의 배다른 언니라고 설정해 자명-낙랑공주-호동왕자가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이색 설정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 자명공주는 승마나 무술에 출중한 여장부로 그려지며 이복동생인 낙랑공주가 나라를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호동왕자)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사랑보다 국가에 대한 이념을 선택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첩보전까지 마다하지 않는 여장부 자명공주에는 정려원이 캐스팅됐고, 중견 배우 이미숙과 문성근'박민영'정경호'성현아'조미령'이원종 등이 캐스팅돼 극의 힘을 더한다.
▷MBC '선덕여왕'
여걸 삼국지의 대미는 5월 방송 예정의 50부작 대하사극 '선덕여왕'이 차지할 전망. 덕만공주가 온갖 시련과 시험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자 신라 제27대 왕인 선덕여왕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관심을 모은 주인공 덕만 역은 이요원이 맡았고 선덕여왕의 정적으로 맞서는 신라시대 여걸 미실 역에 고현정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고현정은 빼어난 미모의 후궁 출신으로 선왕인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을 받들면서 진지왕의 폐위까지 주도했던 막강한 권력자의 연기를 선보인다. 선덕여왕은 그동안 사극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여성 투톱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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