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9년을 빛낸다] 안동고 테니스부

▲ 훈련이 계속되는 일상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안동고 테니스부 선수들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뛰기 때문에 쉬지 않는다. 함께 모여 웃는 모습에서는 승부를 향한 열정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훈련이 계속되는 일상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안동고 테니스부 선수들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뛰기 때문에 쉬지 않는다. 함께 모여 웃는 모습에서는 승부를 향한 열정과 순수함이 느껴진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안동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양반', '하회마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테니스를 들 수 있다. 수년째 전국 최강을 자랑하는 안동고(교장 이재완) 테니스부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14년째 안동고에 몸 담고 있는 김인규 감독의 기억을 빌면 자신이 부임한 뒤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해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안동고의 성적은 화려했다. 회장기, 소강배와 낫소기 테니스 대회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테니스의 고장'이라 불릴 만한 성적이다.

그렇다면 안동고는 어떻게 이처럼 강해졌을까. 김 감독은 "앞서 졸업한 선수들이 테니스를 해서 대학에 쉽게 진학하는 등 성공을 거두자 좁은 지역인지라 입소문이 쉽게 퍼졌다. 덕분에 재주가 있으면 테니스를 한 번 시켜보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면서 "소위 '카더라' 문화가 위력을 발휘한 셈"이라며 웃었다.

여기에 초·중·고 지도자들의 열의도 한몫했다. 지원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테니스에 대한 열정 만큼은 최고다. 초교에서 발굴돼 착실히 기량을 닦은 선수들이 안동중을 거쳐 안동고에 모여들면서 막강 전력이 구축됐다. 부원 15명 중 2/3가 안동 지역 출신이고 이들이 안동고의 주축 선수들이다. 안동고의 명성이 끌려 타지에서 온 유학파 선수들도 여럿이다.

올해 안동고의 목표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싹쓸이하는 것.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 안동고는 중학 시절 이미 고등부 대회에서 우승한 '괴물' 임용규(3학년 진학 예정)를 비롯해 윤재원과 안병모(2학년 진학 예정), 신입생 정기수 등 고교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다섯이나 되는 '스타 군단'이다.

1월 국가대표에 선발된 임용규를 두고 김 감독은 한 마디로 '타고난 싸움닭'이라고 했다. "승부를 위해 태어난 녀석 같아요. 연습 때도 꼭 시비를 걸어 심리전에서부터 상대를 누르려고 하죠. 성인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예외가 아니고요. 큰 승부일수록,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눅들지 않고 더욱 힘을 내는 선수입니다."

윤재원과 정기수는 기교가 뛰어나고 두뇌 회전이 빠른 꾀돌이들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발리 플레이가 특기인데 둘이 호흡을 맞춰 복식 경기에 나서면 성인 선수들까지 헤멜 정도다. 더구나 둘 모두 흔치 않은 왼손잡이라 상대는 더욱 어려워한다. 안병모는 힘이 뛰어난 정통파 유형으로 성실함이 돋보이는 선수다.

"한 때 슬럼프를 겪으며 운동을 그만둘까도 했는데 그간 해온 노력이 아까워 포기하지 못했다"면서 웃은 윤재원은 "퓨처스 대회(국제테니스연맹이 관장하는 4대 메이저대회 바로 아래 수준의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안드레 애거시(은퇴)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안병모는 "지난해 왼쪽 발목 부상 때문에 고전했는데 올해 부상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고 밝혔다.

테니스 라켓을 쥔 이들의 손끝에 한국 테니스의 미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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