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모세혈관' 자영업자들, 경기한파 '직격탄'

[벼랑 끝에 선 사람들] ②문 닫는 자영업자

수년간 계속된 구조조정과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라는 대형악재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경제의 모세혈관인 이들 자영업자의 폐업·도산을 방치할 경우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의 전년 4/4분기 일자리 분석결과(동북지방통계청) 자영업자 일자리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이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경기한파에 직격탄

대구지역 한 상장회사의 부장이었던 유모(46)씨는 2년 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와야만 했다. 유씨는 6개월동안 시장조사를 통해 중구에 한 프랜차이즈 빵집을 개업했다. 퇴직금 등 2억~3억원 정도를 투자했지만 지금은 한달 월세 100만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직원 2명을 내보내고 유씨 혼자서 빵을 직접 굽고 판매를 하고 있지만 매출은 예전의 30%에 불과하다.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해도 인테리어비용과 설비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매수자마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씨는 "지금은 월급쟁이가 가장 부럽다"면서 "한달 100만원이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4개월 전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미용실을 개업한 최모(42·여)씨. 전업주부였던 최씨는 부업을 위해 2천만원을 투자해 미용실을 열었지만 하루 10만원의 매상을 올리기도 힘들다. 주위에 미용실이 많은 데다 손님들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 월세 60만원을 내고 나면 한달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문을 닫으려고 해도 인수할 사람이 나서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

식당과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전문업소들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업소는 5천193개에 이른다. 휴업한 업소도 3만3천926개다. 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고 창업자가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당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해 교육생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안경점과 제과점 등도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침체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밋빛 희망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97만명으로 600만명을 하회했다.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8년만이다.

600만명선이 붕괴된 것은 최근 진행된 자영업 구조조정에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라는 경기변수가 결합되면서 폭발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3.6%였다. 이는 30개 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한국의 음식점 1개당 인구는 85명으로 일본의 177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택시 1대당 인구는 한국이 165명인데 일본은 296명이었다.

2005년 자영업자 수가 61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6년 614만명, 2007년 605만명 등으로 하향곡선을 그린 것은 공급 과잉에 따른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 영향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자영업자들은 또한 임금노동자에 비해 경기 한파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계층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침체기 초입에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통닭집, 목욕탕, 제과점 등의 매출이 타격을 받는다.

또 정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임금노동자들은 재취업이 어려워지면 자영업으로 들어가 다시 공급과잉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창업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일수록 자기 점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투자해서 최소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사도 안 되는데 효과가 있겠느냐는 생각은 금물이다. 한국은 가족형 창업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가족 외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창업하려고 한다. 불황기에는 인건비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은 위험하다. 빌리면 이자부담과 대출금 상환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는 "기존 창업자는 어렵겠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포를 어떻게든 유지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신규 창업자는 성급하게 창업하기보다는 면밀하게 시장조사 등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숙 대구시소상공인지원센터장은 "철저하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면서 "불경기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가를 분석한 뒤 창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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