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 합동으로 비정규직에게 직접 물어보라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에 비정규직법 개정문제를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의 최대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기업 부담을 줄이고 오는 6월 일제히 의무고용기간이 끝나는 97만 명의 대량 해고사태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불경기를 구실로 비정규직 고착화를 꾀하는 개악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업마다 긴축 경영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2년 의무사용기간이 끝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곧바로 돌릴 기업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가 고용기간이 끝나면 비정규직을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사용기간 만료 전에 해고 카드를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같은 취업대란 시대에는 비정규직 신분이나마 일자리를 계속 갖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여당의 논리는 일면 타당성을 띤다.

민주당의 논리 또한 전적으로 틀렸다 할 수 없다. 2007년 7월에 발효한 이 법은 비정규직이 저임과 고용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것인 만큼 당초 취지를 그대로 살리자는 것이다. 처음 시도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실현을 지켜보기도 전에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사용자 편만 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명분상으로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명분도 현실과 조화를 이룰 때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비정규직에 손을 댈 경우 '2년 고용 후 정규직' 규정을 아무리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럴 때는 탁상 논쟁을 털고 일어나 비정규직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길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실직을 불사하면서도 '2년 규정'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비정규직이지만 고용 연속성을 희망하는지 여야가 합동으로 대면조사를 해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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