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피의 비밀]블랙커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설탕을 넣어 마시는 걸 싫어한다. 설탕을 넣어 달고 더 편하게 마실 수 있지만 군더더기 없이 본연의 원두맛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커피는 적도 부근의 나라와 지방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뒤 공정을 거쳐 등급이 매겨져 뉴욕과 런던 등지에서 거래된다. 나라별로 수입되면 각지의 수많은 카페들로 적당량씩 팔린 생두는 뜨거운 불에서 볶아진다. 이를 로스팅이라고 한다. 로스팅 과정을 거친 원두는 바리스타에 의해 곱게 갈려 매력적인 한잔의 음료로 탄생하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땅 위에서 수백 년 간 뿌리 내린, 억척스럽지만 유혹적인 검은 물. 바흐는 그에 반해 '커피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이런 커피는 블랙으로 마셔야 건강에 좋다. 일반적으로 커피에 설탕이나 우유 또는 초콜릿 등 재료를 추가하면 할수록 건강과는 멀어진다는 것이 미국 밴더빌트대 커피학연구소 소장인 피터 R. 마틴 박사의 설명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는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대장암, 신경쇠약, 2형당뇨병 등의 질병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탕과 크림을 모두 섞은 걸쭉한 커피보다는 원두를 분쇄, 여과기에 한 번 걸러낸 블랙커피를 마시는 게 더 좋다. 커피를 걸러낼 때 콜레스테롤 수치를 늘리는 지방도 함께 걸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페인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될까? 비록 카페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대신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을 낮춰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실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는 것.

이런 것이 블랙커피로 대변되기도 하는 원두커피가 자판기 커피보다는 비싸지만 가끔은 마셔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고유의 향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은 진짜 커피를 마셔 보자는 얘기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라면 카페에 가서 메뉴판의 커피 설명을 읽어보고 바리스타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그곳에서 가장 끌리는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한 커피에 대한 특징을 대강 떠올리며 향을 맡아보고 입에 한 모금 머금어 보자. 만약 커피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다면 마시는 커피의 이름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특징을 단정 짓는다. 자신의 후'미각으로 느껴지는 향과 느낌을 떠올리며 기억해 두거나 메모를 해도 좋다.

그러면 커피 맛의 높고 낮음은 어디에 있을까? 자신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라면 충분히 맛있는 커피다. 우리나라 커피1세대로 손꼽히고는 박이추씨는 "커피맛은 강력 추천하거나 느끼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냥 자신이 마셔서 느끼고 좋으면 어느날 갈증을 느껴 다시 찾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몇 안 되는 커피광, 대구백화점 최영대 홍보팀장. 2000년부터 10년 동안 원두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커피종는 거의 다 마셔왔을 정도로 이젠 마니아가 됐다. 맛있는 커피점이 생기면 가봐야 직성이 풀리고 그의 수첩에는 마셔본 커피와 종류별 특징(향과 맛 등)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그를 따라만 다녀도 나름대로 맛있는 커피집을 알게 되고,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는 커피를 마실 때 먼저 향을 충분히 맡은 뒤 부드럽게 삼키며 맛을 음미하며, 좋고 나쁨의 여부를 말한다. 그리고는 여러 차례 리필을 해서 마신다. 분명 커피맛을 알아보는 '커핑(Cupping)'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과연 이렇게 행복한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