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다

작년 11월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성과 대중성으로 무장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2년 영국 출신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공연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미래의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취임 당시 10년간 베를린의 모든 학교 및 지역사회와 접촉하겠다고 밝힌 래틀은 'Zukunft@Bphil'(베를린필의 미래)이라는 교육프로젝트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활동영역을 교육분야로 확장해 새로운 청중에게 음악적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Zukunft@Bphil의 목표는 모든 계층, 모든 세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베를린필의 활동에 참여시켜 예술적 감수성 뿐 아니라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을 키워주는 것이다. 작업의 대상은 베를린의 부랑아와 노숙자, 심지어 교도소 수감자에까지 뻗친다.

2003년 1월, 래틀의 지휘와 터키계 이민자 자녀와 노숙 청소년을 포함한 여러 인종, 계층의 베를린 청소년 250여명이 안무가의 지도로 함께 공연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프로젝트, 그리고 서유럽음악과 동양(터키)음악의 대화를 내건 '알라 투르카' 시리즈가 독일 전역에 화재를 낳았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수많은 터키 이민자들이 베를린필하모니홀을 찾는 관객이 되고있다.

우리 대구에서도 수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진다. 하지만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노력에 비해 우리의 미래의 관객 개발을 위한, 청소년들의 장래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획자의 한사람으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류를 제외하면 어떤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본다.

특히 요즘처럼 학교에서 예술과목이 대폭 줄어들고 쇠퇴하는 현 상황에서 예술교육프로그램들의 확대 시행은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사설교육기관과 문예회관 내에서 문화강좌 또는 예술아카데미가 일부 개설되어있긴 하나 해설이나 취미강좌에 치우치고 교육 프로그램들이 극장과 예술단체의 정기공연 관객의 증식과는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교육 프로그램은 들이는 노력이나 시간, 열정에 비해 그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는 '장기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대구시립국악단, 대구시립극단을 비롯해 많은 지역예술단체들과 문예회관들이 교육 분야에 문제 의식을 쏟고 있다. 미래의 주인공들이 음악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더욱 창의력을 발휘해 보았으면 한다.

서상화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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