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일은 밸런타인데이…초콜릿에 전하는 달콤한 나의 사랑

오는 14일은 밸런타인데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서양 풍습이 한국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굳어졌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밸런타인데이를 살펴봤다. 밸런타인과 초콜릿, 사랑의 역학 관계를 통해 재탄생한 밸런타인데이. 올해는 '밸런타인 상술'에 갇힌 사랑이 아닌 나만의 의미를 담은 기념일로 만들어보자.

◆연인을 유혹하는 밸런타인데이

밸런타인데이는 알려진 대로 그리스도교 성인 '발렌티누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날이다. 하지만 2월 14일이 어떤 연유로 사랑을 전하는 날이 된 데에 대해선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신빙성 있는 유래는 젊은이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반대, 처형된 발렌티누스 순교일에 관한 설이다. AD 270년경 로마에선 원정 가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했다. 젊은이들의 금혼을 안타까워한 발렌티누스 사제는 몰래 이들의 결혼을 허락했고 결국 처형당했다. 그 후 서양에선 사랑하는 이나 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날로 카드를 주고받았다.

한국의 밸런타인 문화는 1980년대 말 초콜릿과 함께 유입됐다. 일본의 한 제과 회사가 초콜릿을 이용한 '밸런타인 상술'에 성공하자 한국에도 덩달아 초콜릿 문화가 상륙했다. '달콤함'을 초콜릿과 사랑의 공통 분모로 만들어낸 마케팅 전략은 수백만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며 연인들을 유혹했다. 올해도 사랑을 응용(?)한 밸런타인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에선 '와인과 초콜릿' 패키지 상품과 커플 여행권 등으로 연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공연 시장 역시 '연인을 위한 밸런타인 콘서트'란 주제로 대중 가수를 내세우고 있다.

◆천억원을 넘긴 초콜릿 사랑

현재 시중엔 10여개국의 70여 종의 초콜릿이 판매되고 있다. 롯데와 오리온 등 한국 브랜드뿐만 아니라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호주, 일본 등 해외 브랜드까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특히 지난 2006년 다크 초콜릿 붐 이후엔 매출액 3천억원대를 훌쩍 넘겼다. '사랑'의 달콤함에 '웰빙'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겹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팽창한 것이다.

비만과 충치의 대명사였던 초콜릿이 웰빙 음식으로 변신한 것은 카카오 성분의 효능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에 든 '폴리페놀'이 심장병과 동맥 경화를 예방하고 당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한순간에 전 국민의 기호 식품으로 탈바꿈했다. 카카오 성분 함량을 표시한 56%, 72% 제품이 출시된 것도 그 이후다. 수년간 초콜릿 시장을 장악했던 '밀크 초콜릿'도 웰빙과 함께 등장한 '다크 초콜릿'에 자리를 물려줬다.

한편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매년 2월이면 쇼콜라티에(chocolatier:초콜릿 명장·초콜릿과 초콜릿을 이용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무형의 사랑을 유형의 '초콜릿'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의 독특한 '초콜릿 만들기' 욕구에 이어 몸값이 높아진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 문화센터와 구·군청 산하의 문화회관 등에선 '초콜릿 만들기' 강좌 마련에 여념이 없다.

◆알고도 속는 상술

'초콜릿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된 밸런타인데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적절한 타협점을 통해 '긍정의 효과'를 얻으라고 권한다. 밸런타인데이는 사랑의 가치를 초콜릿을 통해 입증하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존 의미와 달리'사랑'이라는 형이상학적 특성을 초콜릿이란 매개체를 통해 확인하는 날로 변했다. 결국 여인들은 초콜릿이 아닌 초콜릿에 담긴 가치를 통해 사랑의 경중을 따지게 됐다. 비싼 초콜릿이나 정성 들여 만든 수제 초콜릿 등으로 가치가 환산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술에 속는다고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밸런타인과 초콜릿 등 특정일과 먹을거리가 인간의 고차원적인 욕구로 변형되면서 사회 내 '관계'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사랑'의 가치를 뒤집어 쓴 조작된 이미지는 '관계'를 통해 자아 실현 등 고차원의 욕구를 재생산한다. 결국 중고생들이 초콜릿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의기소침하거나 연인에게 초콜릿을 받지 못해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는 감정 모두를 상술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신창규 곽호순 병원 부원장은 "학부모와 연인 등 초콜릿을 사야 하는 구매 당사자들이 초콜릿의 가치를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기념일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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