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목소리' 박사학위 받는 박란희씨

"좋은 목소리를 만들어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 꿈이에요."

'목소리 구성 요소가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써 12일 계명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게 되는 박란희씨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목소리 박사'가 된다.

1년간 꼬박 논문 연구에 매달린 박씨는 음색을 좋게 만들면 호감도가 높아지고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커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박씨는 이를 위해 홈쇼핑 채널의 쇼핑 호스트와 텔레마케터의 목소리를 채증, 일반 시민 200명의 반응을 살펴봤다.

이 결과에 따르면 쇼핑 호스트와 텔레마케터의 원래 목소리에 호감도를 느끼는 경우는 적었고 원래 목소리보다 한 단계 낮거나 덜 빠른 목소리에 호감도가 높아졌다. 쇼핑 호스트와 텔레마케터들이 직업의 속성상 빠르고 높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씨는 '목소리 박사'답게 높지도, 낮지도 않으면서도 명료해 좋은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들어왔고 아나운서 시험을 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아 목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한때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을 봐 최종 단계까지 가기도 했다는 박씨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2001년 무렵부터 대구 지역 2개 중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으로 '목소리 교정'을 강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박씨와 만난 학생들이 '목소리 교정'을 계기로 더욱 자신감있게 변모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그는 '좋은 목소리'란 타고난 목소리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성대의 적절한 떨림을 통해 목소리의 높이와 속도 등을 조절해 말함으로써 대화 기술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각 대학에서 '스피치 과정'이 개설되고 사설 학원도 많이 생겨나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말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 못지 않게 목소리를 좋게 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씨는 목소리가 자산이 돼 예전에 연극 3~4편에 출연, 지역 연극 무대에 올랐고 라디오 상업 광고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지금은 학교 강의와 외부 강의에 나가고 있으며 '보이스 컨설턴트'로써 각종 자문에 응하고 있다. 박씨는 "목소리를 바꾸어 사람들이 좀 더 좋은 관계를 맺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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