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초등학교 3학년생이 움직였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반지하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김옥례(52)씨 모녀는 동사무소를 찾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이웃에게 얻은 1999년식 승합차 1대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됐다. 김씨는 식당 보조, 건설현장 막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는데 지난해 추석부터는 일자리가 아예 끊겨 이웃들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는 처지다.
어머니의 한숨과 눈물을 옆에서 지켜보던 딸 김모양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대통령에게 가는 편지는 민원제도비서관실로 접수돼 처리되지만 4장의 편지는 청와대 직원들을 감동시켜 이 대통령의 손에까지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감동했다.
이 대통령은 5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양의 편지를 소개한 뒤 신빈곤층을 찾아 지원하라고 지시하고, 129콜센터를 방문해 김씨 모녀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딸 김양은 "어머니가 많이 울고 슬퍼보여 편지를 썼다"고 했다. 129콜센터는 전국 어디서나 129를 누르면 생계·복지 긴급 지원을 상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나 아직 대국민 홍보가 부족해 이 대통령이 TV에 출연해 직접 홍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김양에게 "어머니를 위해 편지 쓴 그 마음을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딸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일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어머니 김씨에게 이 대통령은 "일자리를 얻어 자립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양의 편지를 읽으며 어려웠던 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게 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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