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별수 있습니까. 더 많이 일하는 수밖에요."
김규환(32)씨는 3개월 전부터 '스리잡'(Three Job)을 시작했다. 새벽에 우유배달을 마치면 낮에는 진량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다시 대리운전 기사로 변신한다. 하루 수면시간은 많아야 4, 5시간.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쉼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평균 220만~230만원가량. 김씨는 "지난해 연말 다니던 공장에서 연봉을 10% 삭감하면서 생활이 빠듯해졌다"며 "결혼도 생각해야 할 나인데 이 월급으로는 방 한 칸 마련도 어려워 부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생계형 투잡(Two Job)족(族)'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에서 전국 직장인 1천101명을 대상으로 '부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5.5%가 '본업 이외 다른 부업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78.1%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업을 가졌다'고 답했으며, 부업을 하는 사람 가운데 12.9%는 부업 종류가 2가지인 이른바 '스리잡족'이었다.
회사원 박모(47)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가 보너스 지급을 중단하면서 부업을 찾기 위해 생활정보지의 구인광고를 뒤졌지만 전화를 거는 곳마다 "벌써 사람을 구했다"는 답변만 들었다. 박씨는 "아이들 학원비를 대려면 월급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워낙 경기침체가 심각하다 보니 새벽 배달자리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업을 살려 부업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28·여)씨는 수업이 없는 오전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영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원가도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며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A4지 기준 한장당 1만~2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부수입으로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생계형 투잡족'이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대리운전이나 우유·신문배달 등 남는 시간을 활용해 부업을 할 수 있는 일자리에는 구직자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일주일에 평균 20~30명이 새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찾아올 정도"라며 "지난해에 비해 대리운전 수요가 20% 이상 줄어든 반면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늘어나 수입도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고 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앞으로 부업을 할 예정이거나, 추가 부업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66.9%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당분간 직장인들의 투잡붐은 더 확산될 전망이어서 일자리 부족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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