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로 인기 있는 프로농구의 최근 이슈 중 하나는 전주 KCC 허재 감독과 서장훈 선수와의 불화설이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과 스타 선수와의 불협화음이어서 결과가 궁금했다. 결국 서장훈 선수가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되면서 이 소동은 끝을 맺었다. 당시 전주 KCC는 8연패까지 빠졌다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허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현역시절 스타 선수였다고 해서 감독 생활이 무조건 평탄한 것은 아니다. 스타였던 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지만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듯 이들도 부침을 겪는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명조련사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지도자 생활을 씁쓸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고비를 넘나드는 농구 감독들
프로농구단 감독 중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꼽으라면 허재 감독과 유재학 감독(울산 모비스), 이충희 전 감독(대구 오리온스) 등이 있다. 허재 감독은 2005년 6월 감독 데뷔 직후부터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05~06시즌 성적표는 29승 25패.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4강전까지 올랐다. 그러나 06~07시즌에는 15승 39패로 팀 창단 이후 최초로 꼴찌로 추락했다. 07~08시즌에는 서장훈 영입의 효과로 빛을 발해 시즌 순위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에는 서장훈과 하승진, 2m가 넘는 용병 2명 등 '장신군단'을 보유했지만 8연패의 늪에 빠지며 '전술 부재' '선수 장악력 부족' 등 지도자로서는 최고의 오명을 얻기도 했다.
'천재 가드' '코트의 여우'로 불리던 유재학 감독의 초기 지도자 성적은 C급에 불과하다. 불과 35세의 나이에 감독에 데뷔한 그는 2004년 울산으로 옮기기 전까지 7시즌 동안 4차례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불구하고 단 1차례 4강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플레이오프용 감독'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울산 감독 취임 첫 해(04~05)에도 7위의 성적으로 저조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05~06시즌 정규경기 1위를 하더니 챔프전 준우승을 했다. 그리고 06~07시즌에는 정규경기 1위 이후 챔프전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슛 도사' 이충희 전 감독은 지난 2007년 대구 오리온스의 사령탑을 맡았지만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끝에 7개월 만에 4승 22패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쥐고 퇴임했다.
야구에서는 선동열(삼성), 김시진(서울), 김재박(LG) 감독 등이 맹활약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에 맞게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유니콘스 지도자로서 창단 3년 만인 1998년을 시작으로 2000년, 2003년, 2004년 등 총 4차례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07년 김재박 감독 후임으로 현대를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은 팀이 해체된 뒤 재결성된 히어로즈 감독으로 지난해 10월 부임했다. 선동열 감독은 2004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부임 이후 시즌 2위로 시작해 2005, 2006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스타 출신 많은 축구 감독들
지난해 한국 축구계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은 최순호, 차범근, 허정무 등이었다. 최순호 감독은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8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수원시청과의 홈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겨 우승을 확정했다. 그리고는 "용병 없이 첫 시즌을 치르겠다"며 강원FC 초대 사령탑으로 낙점된 뒤 포부와 계획을 처음 밝혔다. 최 감독은 2000년 포항 스틸러스 2군 감독을 거쳐 전 박성화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정식 감독이 됐다. 80년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후광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정규리그 성적은 9위(2000년)-5위(2001년)-6위(2002년)-7위(2003년)로 늘 중하위권이었다. 2003년에는 1년 내내 서포터스로부터의 퇴진 압력에 시달렸다. 2004년 전기리그 우승으로 고비는 넘겼지만 후반기 최하위로 처지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맥없이 무너지면서 계약 만료 1년을 남겨두고 경질됐다.
지난해 수원 삼성을 두 차례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차범근 감독도 초기에는 고배를 마셨다. 차 감독은 차붐으로 불리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터뜨렸고,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2차례나 들어올린 명실상부한 스타 선수였다. 그러나 1991년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 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4시즌 동안 우승을 앞두고 좌절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 사상 최초로 대회 도중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해 8월에는 'K리그 승부 조작설'을 제기했다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5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중국 프로축구 무대로 떠났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후 2004년 수원 감독으로 복귀해 첫해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초반 슈퍼컵과 A3대회, 컵 대회까지 무려 4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호화 멤버를 보유하고도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하면서 다시 자존심을 구겼다. 이런 고비 상황에서 차 감독은 '무서운 감독님'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하며 다시금 K리그 최고 명장이 됐다.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도 부침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98년 국가대표팀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을 함께 이끌었다. 그러나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실패,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축구 3위 이후 2000년 10월 감독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2005년 두 번째로 전남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팀을 2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았다. 7년 만에 국내 감독으로 국가대표팀에 돌아왔지만 계속된 경기에서 무기력함을 보여 주면서 '허무 축구'라는 악평을 받았다. 그러나 감독 선임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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