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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선수의 자질' '감독의 자질'

이렇게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성적표가 엇갈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선수와 감독의 리더십이 다르다"는 점을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최순호 감독은 '선수 탓'만 하던 것을 '내 탓'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감독으로서의 실패 경험을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팀 성적 부진과 2003년 포항 팬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 충격적인 경험 뒤에 그는 자신이 '교만 덩어리'였음을 깨달았고 변화했다. 스포츠계에 떠도는 "스타플레이어는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격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김제율 대구시농구협회 전무이사는 "감독으로서 선수로서 경기를 이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단정했다. "감독은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지만 선수들을 안아주기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전에서 큰 차이가 안 나는 상황에서 경기 도중 선수 교체와 작전시간 타이밍이 제대로 복합돼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감독의 자리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것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엔 현역 시절 아무리 날고 기었던 스타 출신도 성적표가 좋을 수가 없다.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 해설위원은 성공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과거에 스타였던 자신을 낮추고 선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단체경기는 스타 플레이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기량만 좋은 선수는 자기만 잘하고 남들이 못하면 조급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려운 경험 없이 선수 시절을 마감한 감독의 경우 이러한 조급증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독은 우수한 선수를 발굴해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한 이후 용병술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현역 시절 활약상을 믿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구단이나 팬의 눈치도 부담이 된다. 차범근 감독도 "스타 플레이어도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서도 "스타 선수들은 자신이 한 것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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