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소년 천국에 가다

어릴 때는 세월이 더디 간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어른의 흉내를 내기도 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빅' 등 어른이 되고픈 아이의 판타지를 그린 영화들이 많이 있다.

10일 오전 1시 SBS '영화특급'에 방영되는 '소년 천국에 가다'(2005년)는 30대 미혼모를 짝사랑하는 13세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청년으로 변신해 꿈같은 사랑을 나눈다는 한국형 판타지 로맨스 영화이다. '배니싱 트윈'을 연출한 윤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미혼모와 결혼하는 게 꿈이 되어버린 별난 13세 네모(김관우). 부자(염정아)는 어린 아들 기철과 단 둘이 사는 미혼모이다. 네모는 부자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느낀다.

부자와 기철과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네모. 극장에 불이 나고 기철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네모는 불구덩이 극장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기철은 극적으로 구출되지만, 네모는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네모가 정신을 차린 곳은 천국. 그러나 행정착오로 80년이나 천국에 일찍 오고 말았다.

20일 후, 집에서 눈을 뜬 네모. 하지만 네모는 더 이상 13세 소년 네모가 아니다. 33세 어른이 되어버린 네모(박해일). 천국에 너무 일찍 갔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 천국의 법. 네모는 저승사자와 거래를 했다. 하루를 일 년처럼 살아야 하는 네모에게는 60년 같은 60일이 남았다. 크리스마스까지만 살 수 있는 네모는 부자와 짧은 사랑을 시작하는데··· .

박해일이 어른이 된 소년 역으로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고 있으며, 염정아가 서른 살의 철없는 미혼모 역으로 나온다.

시대 배경이 80년대이다. 현실이 아니라 동화적 판타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감독은 "80년대라는 근거리 과거가 순수한 인물들과 주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스탤지어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 원색적인 컬러를 많이 써 동화적인 느낌을 더했다. 한들거리는 미혼모가 핑크빛 길을 걷고, 보랏빛의 만화방, 연두색 대문 등 색채로 상상의 세계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추억의 에피소드를 엮어가지만,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주는 면이 없지 않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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