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대구경북 산업계는 내수 판매 부진과 수출 급감 등 불황으로 감산과 감원 등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각종 어려움 속에도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자리를 묵묵히 지켜 왔던 중소기업들, 영세 소기업들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원청업체나 납품처에서 비용절감 등을 위해 납품 단가를 깎고 대금지급을 늦추는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해도 거래가 끊기지는 않을까,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생존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원청업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중고(苦)를 겪는 영세기업들=대구 제3산업단지에 소재한 A자동차 부품업체는 요즘 40여명의 직원들이 2, 3일에 하루씩 교대로 근무를 한다. 자동차 부품 2차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추석 이전까지만 해도 월 매출이 3억원이 넘을 정도로 잘 돌아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납품 물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요즘은 월 매출이 1억3천만원 선으로 떨어졌고, 가동률도 60% 정도다. 사장은 "매출이 줄어 감원을 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고생한 직원들을 해고할 수 없어 3월까지 버텨볼 계획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 "고 한숨지었다.
30여년을 기계부품 임가공을 했다는 B사장은 최근 5명의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서 일한다. 일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직원 월급을 주고서는 도저히 회사를 꾸려갈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한 가족같던 사람들을 내보냈다. 그는 "30여년 동안 이 업계 밥을 먹었지만 IMF 때보다 더 어렵다. 차라리 공장을 매각하고 배운 기술로 취직을 해 월급쟁이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울먹였다.
또 다른 임가공업체 사장은 "주변의 많은 공장들이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쉬는데 요즘은 1주일에 1, 2일 정도만 그것도 몇시간씩만 일이 있고 나머지는 일이 없다"고 공단 분위기를 전했다.
성서공단의 한 기계부품 3차 협력업체 C사장은 "2차 협력업체에서 일감이 줄어들자 우리에게 맡겼던 일감을 다시 가져가 가동률이 50%도 안 된다"며 "일감을 가져가는 것뿐만 아니라 납품 단가를 깎아 달라고 요구해 공장을 세울 수는 없어 일은 하는데 채산성이 없다"고 했다.
이 공단의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 D사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지금은 40% 수준으로 줄어 우선 외국인 노동자 3명을 내 보냈다. 이대로라면 한 두달밖에 버티기 어렵다"며 부도에 대한 불안감을 갖추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영세소기업들이 죽을 지경이 됐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판매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와 재고 누적, 판매대금 회수 지연과 자금경색에 따른 자금난 등 다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경기 상황을 반영한 듯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역 18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중 기업경기전망조사 결과,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SHI)가 55.7로 전국 평균(60.0)보다 낮았다.
◆경쟁력을 갖춰야=국가 경제기관이나 민간 경제연구소마다 이 같은 경기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언제쯤 회복될 것인지 전망이 엇갈리는 등 향후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역 경제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기업들은 물론 소기업들조차 인력 조정이나 투자 및 매출 목표 등 계획 경영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영세소기업들은 단지 생존만 있을 뿐이다.
자동차 부품 업체 간부는 "판매 부진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감원을 해야 할 지,아니면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야 할 지 결정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주력 부품인 자동차와 기계부품 산업계는 완성차나 원청업체와 하청 관계가 많아 이 같은 불경기에 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임경호 조사홍보부장은 "지역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들중 대부분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완성차와 원청업체의 사정에 따라 생산과 고용 등이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라며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가 주종관계가 아니라 상생·수평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이재훈 경영학부 교수는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지자체나 은행권의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들 기업들에 대한 구매 우선과 자동차 부품업의 경우 대기업과 하도급 간의 거래관행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량 지원만 해 줄 것이 아니라 한계기업은 낭비요인이 많은 만큼 퇴출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지역 산업의 구조 개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업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지원을 받아야 할 기업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도태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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