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 2009 대구공연계] 금동엽 동구문화체육회관 관장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향한 대구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5일 대구문화재단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문화재단' 체제에 들어갔다. 자본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문화의 양적, 질적 발전을 도모, 문화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공연문화 중심도시 구상을 위한 용역 작업도 착수했다. 국·시비 각 5억원, 총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구를 공연문화 중심도시로 키울 복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구시는 국책연구기관과 손잡고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용역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3천억원 규모의 사업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표방하고 있는 '공연문화 중심도시', 그 가능성을 예술행정 전문가에게 물었다. 영남대학교 조형대학원 예술행정학과에 출강 중인 금동엽 관장을 찾았다. 현 동구문화체육회관의 관장이자 예술행정전문가인 그의 답변은 신중하면서도 명쾌했다.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한 대구는 예술 관련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 예술행정을 가르치고 있는데 공연문화 관련 인적자원에 대해 평을 해달라.

"창작 인력이 질적으로 높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각 대학에선 연주자와 예술인만 배출하고 있다. 예술을 산업으로 연계시킬 전문 인력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예술단체에 의해 무대에 오른 공연은 시장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 자연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는 공연 산업이 아닌 연구, 개발의 토양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높은 편이다.

-그 대안으로 대구시는 예술영재학교와 공연예술 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회의적이다. 우선 지금도 각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가 넘쳐난다. 기존의 학과를 융합해 공연예술학과나 대학으로 변경하면 된다. 공연 산업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또다시 학교를 세운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적인 발상이다. 공연 산업 전문가는 '시장'이 없으면 자연히 대구를 떠나게 된다. 공연 시장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가 배출이 우선시되어선 곤란하다.

-전문 인력 배출을 위한 대안이 있는가?

"차라리 기존 극장 종사자나 예술인을 재교육시킬 것을 권한다. 직업전문 트레이닝센터 형식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미 현장에서 공연 문화를 접한 상태이기 때문에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빠를 뿐만 아니라 인력 배출 시간 역시 단축시킬 수 있다. 또 블랙박스 극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휴 건물 등 용도 폐기된 건물에 실험극장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창작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극장을 통해 창작 인력 배출 및 공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대구시는 공연 창작 스튜디오와 대구공연아트센터, 뮤지컬 전용극장 등을 건립하려고 추진 중에 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대형 공연장과 창작 스튜디오 건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건물에 대한 투자를 신중히 할 것을 권한다. 문화도시는 대형 구조물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10년, 20년 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방해가 된다. 대형 공연장 '운영'에 대한 계획부터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BTL형식이라 하더라도 수익이 안 되면 일정 부분 시가 보조해줘야 한다. 운영 인력과 유지비 등 경상적 비용을 생각하지 않으면 수십년간 수억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창작지원 사업 등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까지 방해할 수 있다.

-대구가 공연문화 중심도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단, 현재 필요한 것은 건물을 짓기가 아닌 소프트웨어 구축이다. 광범위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를 통해 공연수요 예측과 4대 공연 축제 점검이 필요하다. 뮤지컬과 오페라, 호러, 넌버블 등 장르별 축제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 방식의 장단점을 찾아야 한다. 또 문화도시로 성공한 해외 사례의 벤치마킹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도 참작해야 한다. 패인 분석을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예술행정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다. 시민들은 이미 수차례 용두사미로 끝난 대형 국책사업들을 겪었다. 메디시티와 섬유패션의 도시, 모두 좋다. 공연문화 중심도시만은 허울뿐인 계획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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