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유적지로 손꼽히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는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5.5㎞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앙코르란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의미하는 나가라에서 파생한 노코르 방언이고, 와트는 크메르어로 사원을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사원으로 이뤄진 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광대한 유적들은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웅장한 건축물은 압도적이나, 이를 제외한 캄보디아 자체는 아직 낙후한 요소들이 산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국가 주요 수입원 중에 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으면 국기에 앙코르 와트를 넣어 뒀겠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빛바랜 유적에서 새어 나오는 고대의 화려한 번영에도 불구하고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캄보디아인의 생활상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방콕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에 왔어. 도착한 날, 씨엠립 시내를 대충 둘러보니 숙소 주변은 작은 마을 특유의 소박함이 묻어나오고 분위기도 고즈넉한데, 같은 도시의 다른 한편에선 고급 호텔과 식당들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한 도시의 상반된 두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단 생각이 든다.
유적지 관람을 위한 3일 프리패스도 끊었어.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유난히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책을 손에 들고 있어도, 여기저기서 가이드들의 안내 소리가 들려 귀동냥이 오히려 알차고 편안하네. 유적 관광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전 정보가 없으면 첨에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 점점 돌덩어리처럼 대하기 십상인 일인 것 같아.
오늘은 프놈바켕이란 힌두교 사원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는 길이야. 앙코르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프놈바켕은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해. 방대한 유적지를 정신없이 둘러본 관광객들이 붉은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이곳으로 모이지. 나도 그 무리에 끼어 자리를 잡았어.
관광객이 몰려 있으니 으레 어린아이들이 물건을 팔려고 돌아다니더라고. 그 중에 눈에 띄게 예쁜 어린 소녀가 있었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인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며 대나무 팔찌를 파는 거야. 오빠라는 호칭에 일시적 마비 상태를 겪는 한국의 뭇 남성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꼬마 숙녀가 건네는 대나무 팔찌를 엉겁결에 사는 걸 보고 한참을 웃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캄보디아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아이들은 물건 파는 일이 그저 수줍은 일처럼 보이기도 해. 물건을 사달라고 조금 졸라대다가 난처한 표정을 하면 금세 물러나거든. 혹은 물건을 팔다가도 금방 저희들끼리 깔깔거리며 다른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네.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인도 꼬마 녀석들에 비해 악다구니가 적은 것은 분명한 것 같아. 오랜 기간 이방인들의 짧고도 소모적인 방문을 접했을 현지인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수줍은 듯 말을 걸고 엷은 미소를 머금는 그네들에게 왠지 고마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잘 지내고 있지? 만나면 더 많은 얘기 할 수 있기를…. -씨엠립에서 보낸다.-'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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