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만날 꼴찌고요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늘 걱정이 떠나지를 않았다.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이, 맑은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이 장사가 안 될까봐서다. 이를 보다 못한 어떤 이가 그 어머니에게 "맨날 그렇게 걱정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려 좋고 맑은 날에는 짚신이 잘 팔려 얼마나 좋으냐고 말이다.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기침체로 힘들어 하는 요즘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다소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꼭 이것이 '맞다' '틀리다'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일에는 '좋은 게 좋은 거다'란 즉 정답이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글 맞춤법에는 분명히 정답이 있다.

앞서 두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 충고한 말 중에 나오는 "맨날 그렇게…" 중에서 '맨날'은 '만날'의 잘못된 표기이다. '매일, 늘, 언제나'의 뜻을 가진 단어는'만날'이다.

"일본에 대해서 만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야 진정한 사과지 억지로 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 "서울에서는 발빠르게 불량식품 단속·판매금지에 나서고 있는데 지방에서는 만날 헛구호만 외치는 것 같다." "주변에 친구가 없어서 저래. 지 혼자 놀거나 할매하고 만날 논다." "어떻게 된 게 만날 나만 경박하기 짝이 없고 자기는 냉정하고 초연한 척만 하는지 모르겠다." "공부는 만날 꼴찌고요, 결석도 많이 해요." "빈 강의실에서 공부하자고 모여 놓고 만날 먹을 거 시켜먹으면서 놀고…."

어느 스님이 쓴 책 중에서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란 게 있다. 사투리로 재미있게 쓴 제목일지라도 언중에게 오해를 사는 표기는 곤란하다. 광고 문구에 나오는 '침대는 과학이다'에서 침대는 결코 과학일 수가 없듯이.

지난 4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었다. 입춘 전날 밤을 해넘이라 부르고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서 귀신을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이날부터 봄이라 부른다. 1월 1일 새해를 맞아 한 해를 기원하기 위해 찾아든 해돋이 인파로 동해가 인산인해를 이뤘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이 지나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계절만 바뀐다고 생각지 말고 우리에게도 힘든 겨울만 만날 있는 것이 아니라 만물이 생동하는 따뜻한 봄도 꼭 찾아오리란 믿음과 희망을 잃지 말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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