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10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용산 철거민 참사로 불거진 경색 정국이 풀리는 계기가 마련됐다.
김 내정자의 거취는 용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발표된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불(不) 사퇴' 쪽이었다. 시위를 진압한 경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도 불사퇴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원인이 다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시급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기본과 원칙을 붙잡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가 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이 경찰에 법적 책임이 없다 할지라도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한 관리 책임과 도덕적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원칙주의자인 김 내정자를 아꼈던 이 대통령도 결국 이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한해가 경제 위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중요한 해로 국민 통합과 정치 안정이 무척 긴요한 때라는 의견이 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김 내정자 측근들조차 사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김 내정자가 9일 오후 8시50분 서울경찰청 홍보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용산 사고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자 경찰 안팎에서는 '진의'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전후 사정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이 사퇴를 권했고, 김 내정자가 결단을 내리자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이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해진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당장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권 공격의 칼날이 무디어졌다. 원 내정자를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김이 빠진 분위기였다.
청와대에서는 김 내정자의 결단에 대해 환영하는 일색이다. 김 내정자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함부로 진퇴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용퇴했다는 말부터 '사즉생(死卽生)-죽고자 하면 산다'의 결단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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