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공병호의 사장학

공병호 지음/해냄

대량 해고의 시대,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업 시장으로 내몰려 '사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수출형 제조업체까지 연간 12만개의 중소 사업체가 생겨나고, 창업 후 2년 뒤 그 중 절반도 안 되는 숫자만 겨우 살아남는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표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의 보호 없이 맨몸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 사업은 상대의 사정을 조금도 봐 주지 않는 '무체급 경기'다.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전부를 걸 수 있을 정도의 절박함에 안목과 실력, 뚝심까지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 차갑고 살벌한 자영업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은이 공병호 박사는 이 책 '사장학'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 때에 이미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공병호 박사가 연간 300회 이상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만났던 중소업체 대표들의 고충과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자기 사업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전략을 체계화한 현장 가이드이기도 하다. 1, 2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는 사장의 기본 자질이자 생존 전략으로 판단력에서 지구력까지 14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에서처럼 '사장학의 골격'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지은이가 직접 만난 사장들의 생생한 사례들이 흥미롭다.

2부는 상품, 영업, 조직, 재무, 인재 관리 등 사업 실무 영역이다. 실무에서 사장의 역할과 임무를 명료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 조언들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사장은 냉철한 지휘자이자 깐깐한 시어머니, 그리고 '비전 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출액과 종업원 수로 상징되는 규모의 논리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공병호의 사장학'은 지금까지 이론 중심의 'CEO 리더십' 관련서나 개인 체험담 위주의 책과 달리 경제연구소에서 벤처, 1인 기업 대표까지 지은이가 직접 만난 사람들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접목한 '한국형 사장학'이다.

지은이는 불황 그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상에 적응하는 일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짧은 기간에 돈을 벌겠다고 허둥대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사업은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다. 또 돈이란 좇으면 달아나 버리는 속성을 가진 만큼, 일의 본질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이 돈과 명성을 잡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어렵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일단 일에 푹 빠져 지내다 보면 어려운 세월도 끝난다는 것이다. 308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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