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흥하면 교만해지고, 자신을 받쳐주는 주변을 잊어버리는 법, 학자들은 날란다 사원에서 연구하던 불교도 이런 측면이 많았다고 분석한다. 불교가 점차 학문화될수록 수행과 포교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고 사변적 논리에만 빠져든 것, 그로 인해 불교는 대중들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이다.-신라 스님들도 유학한 이름난 학교 날란다(Nalanda) 사원 중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악마란 무엇일까. 싯다르타가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한 세간에 대한 '애착'과 '번뇌'였다. 색욕(色慾), 번뇌(煩惱), 권력욕(權力慾)과 같은 육체적, 정신적 속박을 악마에 비유한 것이다. 우리 자신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탐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성냄이 바로 악마다. 결국 자신을 이긴 사람이 부처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악마와 부처 중에서 "
『다르마 로드 1·2』조병활 지음/ 작은 박물관 펴냄/398쪽, 392쪽/각권 3만2천원
"미혹(迷惑)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르침을 해동(海東)에 전하기 위해 노력했거나 하고 있는, 전래된 진리를 열심히 배우고 실천했거나 하고 있는, 그리고 지금도 그 가르침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저자 조병활의 헌사처럼, 다르마(Dharma) 로드(Road)는 법(法)의 길, 즉 불교가 전해진 진리의 길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124일 동안 9개국 250여 불교 성지와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이천오백년이라는 장구한 불교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싯다르타의 출가 동기가 단순히 사문유관(四門遊觀)에 있지 않음을 제기하고 당시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던 날란다 사원이 대중을 외면하고 학문화됨으로써 결국 중생들과 유리되어 논리 속에서만 겨우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 오늘날, 인도 불교의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하지만 어찌 이것이 비단 인도만의 이야기일까. 이는 오늘날 우리의 종교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종교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이들이 정치 권력이 바뀔 때마다 그것에 기대어 안주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고 슬프다. 지금 이 순간 대중의 삶은 늘 고달프고 힘이 드는데 그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는 길에 노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몇몇 불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지만 과연 그것이 잘못된 일인가 싶었다. 갓바위 부처님이 머리 위에 쓴 것이 학문적으로는 탑의 일종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외로운 산 정상에서 홀로 눈비를 맞고 계실 부처님을 위해 석공이 만든 갓이라고 믿는 대중들의 믿음이 있는 한. 갓바위는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그것처럼 오랜 세월을 지나 삶의 뒤안길에서 노인들이 춤추며 부르는 "소양강 처녀" 속에는 비록 우리는 몰라주지만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을 부처께서는 미소로 받아주지 않을까? 다르마 로드는 인간의 길이어야 한다. 어쩌면 부처님의 깨달음과 입멸(入滅)에 공양을 바쳤던 이들이 모두 평범한 대중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불경한 생각을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전태흥(여행작가 · ㈜미래 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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